왜 미·중이 우주 선점에 팔을 걷어붙일까. 단지 각종 자원의 보고여서만이 아니다. 우주를 지배하는 나라가 에너지·환경·교통 등 미래 세계의 경제 헤게모니뿐 아니라 신기술과 접목해 사이버 공간까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우주굴기에 나선 숨은 이유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창어 5호를 달에 착륙시켜 미국·소련에 이어 샘플을 채취하는 개가를 올렸다.
우주기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민수용으로도 군사용으로도 활용된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비롯해 그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우주 선점 다툼은 숙명처럼 군사 패권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른바 지리상의 발견 시대에 식민지 개척에 나선 유럽 열강들이 해군력 증강에 나섰던 사실에 비견된다. 최근 중·러 간 일종의 우주동맹에서 깃든 냉전적 요소도 마찬가지 맥락일 것이다.
1차 냉전이 한창이던 1957년 옛 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렸다. 이후 미·소 간 달 탐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다만 그 무렵 중국은 미국의 포섭 대상이었다.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군사위성이 수집한 소련군 동향을 중국 측에 보여주며 국교 정상화를 설득할 정도였다.
이제 미국 대 중·러 간 우주 신냉전이 펼쳐질 참이다. 그 사이에 낀 한국이 우주개발이라는 미래지향적 자강(自强) 노력을 소홀히 해 훗날의 화근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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