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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탄소중립, 시작은 나무심기와 산불예방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4 18:00

수정 2021.03.14 18:03

[차관칼럼] 탄소중립, 시작은 나무심기와 산불예방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양지바른 언덕에 제법 파란싹들이 눈에 띄는 이른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도 펴고, 봄바람에 나들이 할 계절인데,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짐이 하나 있다. 청명·한식, 양간지풍, 낙산사 소실의 공통 대명사 바로 '산불'이다.

지난달 24일 경남 거제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나무를 심었다. 따뜻한 남쪽부터 얼었던 땅이 풀리기 때문에 매년 남부지방부터 나무심기가 시작되긴 하나 식목일이 4월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40일가량 빠른 일정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온난화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UN IPC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대기온도는 평균 1.7도가 상승했고, 서울·대전·대구 등 대도시는 10년 사이 약 0.5도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친화적 해법으로 '숲과 나무'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9일 '1조 그루 나무심기 법률안'이 발의됐고, 캐나다는 향후 10년간 20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온실가스 1200만t을 흡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지난해 12월 7일 관계부처 합동 추진전략을 발표했으며, 산림청도 산림부문에서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30년간 30억그루 나무심기를 통해 2050 탄소중립에 3400만t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흔히들 오래된 나무가 탄소흡수량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나무도 사람과 같아서 노령화될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져 오래된 나무는 베어내 건축·구조재, 운송수단, 가구, 악기 등 생활 주변에서 탄소보존체로 활용하고, 탄소흡수력이 왕성한 나무를 다시 심어야 효과가 좋다.

다시 심은 어린나무는 탄소흡수량이 최대치에 이르렀다가 마지막에 아파트 기둥으로, 침대 바닥으로, 승용차 보드로 우리 곁에 돌아올 때까지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증하는 산불은 이런 선순환을 어렵게 한다.

산림청 개청 이후 지난 50년간 산불발생은 원인별 맞춤형 예방정책과 진화헬기를 주축으로 한 조기진화에 힘입어 건수와 피해면적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 10년간 연평균 474건의 산불로 1120㏊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작년에만 620건의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 10배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1일 야간에 동시다발 5건이 발생해 진화대원들이 밤샘진화에 나서고, 경북 안동에서는 130여명의 주민이 긴급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하룻밤 새 500㏊ 이상이 불타고, 순수 입목피해만 25억원에 이른다.

올해 산불은 2월 말 기준으로 130건이 발생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83%, 면적은 9배가 증가했다. 이제 막 봄철 산불조심기간 초반부를 지났는데 산불 추이가 심상치 않아 담당자들이 어느 해보다도 긴장하고 있다. 산불은 미세먼지와 온도상승을 부추기고, 상승한 온도는 산불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온도가 2도 상승할 때 산불위험 확률은 2배 증가하며, 0.5도 내려가면 산불위험도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피해 최소화를 위해 산림청과 지자체에서는 중앙 및 지역 산불방지대책본부를 휴일 없이 운영하고, 진화헬기 117대가 상시 대기하며, 산불확산예측 등 첨단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나 국민이 함께하지 않으면 막아낼 수가 없다.
숲과 나무를 살리고 맑은 공기와 더불어 행복한 삶, 그 시작은 나무심기와 산불예방이다.

박종호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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