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이커머스업계 2위(거래액 기준)인 쿠팡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1위를 기록 중인 네이버가 '반(反)쿠팡' 전선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특히 네이버와 함께 국내 이커머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팡이 상장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갖추게 되면서 매물로 나온 '넘버3' 이베이코리아가 누구의 품에 안길지 관심이 더하다.
◇'자금 로켓' 단 쿠팡, '反쿠팡 전선' 확대될까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종목코드 'CPNG'로 거래를 시작한 쿠팡은 공모가였던 35달러보다 80% 넘게 오른 63.5달러로 장을 출발했다. 쿠팡의 시초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1089억달러(약 123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 몸에 기대를 받은 쿠팡은 장 중 한 때 69달러까지 치솟은 뒤 상승폭을 줄여 공모가 대비 40.71% 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약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 받게 됐는데, 이중 우선 8억7000만달러(약 1조원)를 서울 이외의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센터 건립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국 70% 수준인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10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방대하고, 빠른 물류 라인을 내세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불리고 있는 쿠팡이 날개를 달게되는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이커머스업계 1위 네이버로서는 대응 전략 수립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네이버는 압도적인 검색 이용자수와 국내 최대 종합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이용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으나, 배송에서 만큼은 기존 이커머스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네이버가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은 국내에서 '빠른 배송'이라는 강점 없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로 올라서는 쾌거를 이뤘지만, 쿠팡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되면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이에 대응해 네이버는 이미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배송'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이커머스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최근 네이버는 많은 쇼핑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CJ ENM이 분사한 OTT 플랫폼 '티빙' 구독권을 포함시켰다.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문화 콘텐츠와 물류 분야를 포괄하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당시 양사는 6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품 일부와 라이브커머스 상품 당일배송 방안을 논의 중이다.
CJ에 이어 최근에는 배송 속도에 있어서 쿠팡과 비교되는 SSG배송을 접목하기 위해 신세계와 손잡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1월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을 찾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나 포괄적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문화 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총 6000억원대 주식을 맞교환한 전례를 고려했을 때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의 지분 교환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반(反) 쿠팡 전선이 기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쿠팡發 이커머스업계 지각변동에 관심 높아진 '이베이코리아 매물'
쿠팡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매물로 등장한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을 품게되면 네이버, 쿠팡과 함께 '3강'이 돼서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난해 연간 거래액 기준 1위는 네이버(26조8000억원), 2위는 쿠팡(20조9000억원), 3위는 이베이코리아(20조원, G마켓·옥션·G구 합산)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누구의 품에 안기는가에 따라 업계 판도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셈이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IB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가 부른 매각 희망가가 5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롯데온으로 지난해 거래액 7조6000억원을 기록한 롯데와 SSG닷컴으로 3조9000억원의 이커머스 거래액을 기록한 신세계 역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홈플러스를 소유한 MBK파트너스도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연계를 기대할 수 있어서 후보군으로 꼽힌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최근 '쇼핑하기 기능'을 카카오톡의 메인 탭으로 끌어올리며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 강화에 나서며 인수설에 기름을 부었다.
기존 오프라은 유통 강자들이 네이버와 쿠팡에 밀려 이커머스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만큼 쿠팡이 경쟁력을 더 키우면 그만큼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쿠팡발(發) 지각변동이 이베이코리아의 흥행 요소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가격이 결코 쉽게 인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현금보유량이나 추가 동원 능력이 크지 않은 기업은 인수를 검토조차 하기 어려운 게 사실"면서도 "네이버와 쿠팡이 양분한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뒤집을만한 카드로 이베이코리아만한 것도 없다는 점이 몸값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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