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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OTT·플랫폼 성장에 또 밥그릇싸움하는 정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5:56

수정 2021.03.16 15:56

[파이낸셜뉴스]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쿠팡의 시가총액이 100조원 가까이 뛰어오르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한국 기업 시가총액 톱 3에 올랐다. 기업가치 상위에 네이버, 카카오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다. 한국인 셋 중 한명은 넷플릭스, 웨이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 소비자들의 생활이 온라인 위에 있고 산업 지형이 바뀌니 온라인 기업이 아니면 투자자나 소비자의 관심조차 받기 어려운 시대다.

"정부가 너무 많은 관심 갖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여러 부처들이 규제하겠다고 덤벼들지 않도록 내부 조율만 해 주시면 우리는 사업 잘 하겠습니다.
" 지난 2010년 청와대에서 쿠팡을 포함한 유망 인터넷 기업 대표들을 모아 정부에 바라는 것을 물었더니 한 인터넷 기업 대표가 조심스레 내놓은 답변이다. 딱히 바라는 것은 없지만 정부 안에서 규제에 대한 의견 조율만 확실히 해달라며 눈치없이(?) 진심을 털어놔 간담회장의 화제가 됐었다.

[이구순의 느린걸음] OTT·플랫폼 성장에 또 밥그릇싸움하는 정부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정부는 10년 전 그 대표의 진심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온라인 플랫폼, OTT가 자기 부처 소관 산업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부처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애초 온라인 플랫폼과 OTT 같은 네트워크 기반 산업은 경쟁법이나 콘텐츠 정책 같은 일반적 정책으로는 관할할 수 없는 특수규제 영역이다. 글로벌 통신망과 연결돼 서비스에 국경은 없지만 각국 규제는 서로 다르다. 외국기업과 자국 기업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차별적 정책을 적용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소비자를 위해 기업의 국적을 차별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네트워크 기반 산업은 네트워크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는 특수 규제기관이 맡는다.

그런데 최근 OTT의 영역산업이 확장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OTT 정책에 깊이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 규제법안을 입법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산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내막을 속속들이 들어보면 부처마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OTT에 관여해야 하는 명분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한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저 정부 부처들이 소위 '뜨는 산업'에 규제 권한 하나 더 갖겠다고 밥그릇싸움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정부의 정부청사 안에서 한식구처럼 일하는 공무원들이 모여서 규제와 진흥 정책을 의논하고 발표하면 될 것을, 부처들이 내몫 네몫 나눠놓고 기업들 더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라고 으름장 놓는 옛날식 공무원 모양새 아닌가 싶다.

정부가 오해받을 일 그만했으면 한다.
뜨는 산업에 규제 권한 차지하겠다고 밥그릇싸움한다는 괜한 오해 받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 안에서 공무원들끼리 서로 협의해 정책 결정하면 될 것을 기업들만 못살게 군다는 괜한 눈총 받을 일 그만뒀으면 한다.
몇몇 성공한 대표기업 빼면 소기업들이 대부분인 온라인 플랫폼이나 OTT산업을 정부의 밥그릇싸움이 망쳐놨다는 원망사는 일 안했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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