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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병사 두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8:01

수정 2021.03.16 18:01

육·해·공군이 병사 두발 규정 완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사진은 충남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입대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며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육·해·공군이 병사 두발 규정 완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사진은 충남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입대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며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스1
머리를 깎지 않고 기르는 건 한국인들의 오랜 습속이었던 모양이다. 중국 역사서인 후한서 동이전에는 "그들(한국인)은 대체로 머리를 틀어 묶고 상투를 틀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니 구한말 고종이 단발령을 내리자 수많은 유생들이 "내 목을 자를 수 있을지언정 머리털을 자를 수 없다"고 반발했을 법하다.

6·25 전쟁 중인 1952년 강원 철원에서 국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백마고지 전투를 치렀다. 당시 심야 백병전에서 머리카락 길이가 피아를 가르는 기준이었다는 비사가 있다.

즉 길면 아군으로, 짧은 머리는 중공군으로 식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병사들의 '빡빡머리'도 고유의 풍습이라기보다 일본군 등의 전통을 따른 걸로 봐야 하겠다. 한때 중고교 남학생들에게 강제됐던 까까머리가 일제의 유습이듯이….

육·해·공군이 병사 두발규정 완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계급에 따른 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진정을 내고, 국가인권위가 이를 인용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각 군은 간부들에게 허용된 표준형과 병사들에게 적용됐던 스포츠형(운동형)을 통합하는 방안을 포함해 규정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육군의 경우 병사의 앞머리는 눈썹 위 1㎝까지 오도록 하고 윗머리는 5㎝까지 기르되 옆머리·뒷머리·구레나룻은 0.3~1㎝로 유지하는 개선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현역병들은 반기는 반면 예비역을 포함한 군 안팎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전투력 저하나 위생상 문제 등 우려하는 근거도 다양하다. 그러나 병사들의 머리가 장교나 부사관 수준으로 길어진다고 해서 전투력이 훼손된다는 건 기우일 듯싶다.
그 정도론 방탄모나 방독면 등을 착용하는 데 별 지장이 없어서다. 다만 혹여 길어진 두발만큼 군 기강도 느슨해지면 큰일이다.
가뜩이나 최근 일명 '참수부대'로 불리는 육군 모 여단이 고가의 특수작전용 무인기(UAV)까지 분실할 지경이니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