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세금 폭탄 예상했다.. 집 팔지않고 버틸것"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16 18:39

수정 2021.03.17 09:59

'보유세 직격탄' 강남
반포래미안 84㎡ 2천만원 예상
소득없는 은퇴자들 타격 불가피
"평수 줄여 이사해야 하나 고민"
자금력 없는 세대는 이미 이탈
세금회피용 급매는 많지 않을듯
갭투자도 당분간 줄어들 전망
16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폭탄을 맞은 반포 아파트단지 전경
16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폭탄을 맞은 반포 아파트단지 전경
"달랑 집 한 채 있는데 매달 정부에 170만원짜리 월세를 내고 살라는 것 아닙니까. 월급은 안 오르는데,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우리 같은 실거주자들은 어쩌라는 말입니까."(반포 센트럴자이 주민 박모씨)

"보유세가 갑자기 두 배 오르면 밥을 줄이고 옷을 덜 입는 방법밖에 더 있겠습니까. 종합부동산세 적금을 들어야 되나 싶네요." (도곡 렉슬 주민 김모씨)

16일 둘러본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들은 전날 발표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관련 문의로 바빴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반포래미안(84㎡)의 보유세가 2000만원에 달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자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1200만원대의 보유세를 냈는데, 1년 만에 63% 이상 뛰는 상황이다보니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다들 한숨을 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상했지만 평수 줄여야 할 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뛰면서 보유세 폭탄을 맞은 강남권 주요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예상을 했다"며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정부가 올 6월 1일 기준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힌 이후 자금력이 약한 세대들은 이미 이탈을 많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전히 1주택을 보유한 은퇴자나 급증한 세금을 감당할 소득이 안되는 유주택자들은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반포동 주민 김모씨는 "집을 팔 생각이 전혀 없는데 올해 보유세가 1000만원 정도 늘어나 2000만원이 된다는데 걱정"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이런 증세 기조가 바뀔 수도 있으니 일단 버티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증세 직격탄을 맞은 은퇴생활자 중 일부는 평수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도곡동 A공인 관계자는 "은퇴를 앞둔 어떤 분은 40평형에 살다 소득이 끊기고 하니까 30평형대로 줄여서 매물을 보고 있다"면서 "다주택자의 경우 전세를 반전세로 돌려 세금을 마련하려는 고민들도 뚜렷하다"고 전했다.

■'역시 강남' 세금회피 매물 없을 듯

다만 보유세 증가로 인해 시장에 급매물이 대거 나오는 분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것이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의 증세는 이미 예정된 일이기 때문에 이 동네는 작년에 대비가 완료된 곳들이 많다"면서 "은퇴생활자 등 세금부담이 안되는 사람은 지난해 반포를 떠난 사람이 많은 만큼 당장 매물이 많이 나올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취득세나 양도세 같은 거래비용도 너무 높기 때문에 쉽사리 매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모든 지역이 다 같이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1주택자가 조금 더 저렴한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갭투자 등으로 강남권으로 이동하려 했던 수요도 주춤해질 전망이다.
반포동 C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마포 등에서 갈아타기를 하려던 수요나 갭투자를 통해 강남 아파트를 구매하려던 대기수요들은 세금부담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늘도 갈아타기하려던 수요자가 보유세가 부담된다며 조금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신모씨는 "회사가 강남으로 이사가면서 언젠가는 강남으로 주거지를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보유세를 보니 강남 입성은 이번 생에 이룰 수 없는 꿈이 된 것 같다"면서 "아무리 집값이 오른다 해도 연봉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며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6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율 10%포인트 인상에 따라 3월 말~4월 말께 급매 성격을 띤 절세매물이 증가하겠지만, 이미 매매나 증여를 통해 정리한 다주택자들이 많아 시장이 경색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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