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셔츠만 입은 사진 보내고, 피해자 손 만진 사실 확인
“거부했는데도 안아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참고인 진술
“거부했는데도 안아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참고인 진술

[파이낸셜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직권조사했던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내용이 18일 추가로 밝혀졌다.
인권위가 지난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내놓은 발표는 성 관련 사건의 결정문 전문은 비공개라는 내부 지침에 따라 포괄적인 내용에 그쳤는데, 최근 인권위가 피해자 측에 결정문 전문을 보내면서 이때 가려져 있던 부분이 공개됐다.
59쪽짜리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텔레그램으로 “향기 좋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등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또 박 전 시장이 런닝셔츠만 입고 찍은 상반신 사진과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피해자의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진 것도 사실이라고 봤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피해자의 친구가 2019년 박 전 시장이 오후 9시가 넘어 피해자에게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목격했다는 기록도 있다.
다만 증거 부족으로 확인하기 힘든 피해자 측 주장도 있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의 멍든 부위에 “호 해줄까?”라며 입술을 댔다거나, 지난해 2월쯤 텔레그램으로 “결혼하려면 여자는 성행위를 잘해야 돼”라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인권위는 “확인이 어려워 사실로 인정은 안됐지만 주장이 일관돼 상당한 신뢰가 있다”고 적었다.
또 인권위가 확인한 피해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기록(지난해 5월)에 ‘야한 문자·몸매 사진을 보내 달라는 요구를 받음’, ‘집에 혼자 있어? 나 별거 중이야라는 메시지를 받음’ 등의 내용이 있었지만, 이 역시 사실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진술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은 부하 직원을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피해자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이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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