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간호사 없는 한의원 입원실, 위반사례 속출에도 사실상 방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2 06:30

수정 2021.03.22 11:16

5인 이상 병실 운영시 간호사 둬야
병상 확대 추세 한의원, 법 사각지대
관리부터 처벌까지 제대로 안 이뤄져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온상 지적까지
[파이낸셜뉴스] 교통사고 입원환자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입원실을 운영하는 한의원이 급증하는 가운데 간호사 고용 등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입원실 운영 시 환자 5명당 1명의 간호사가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간호조무사만 고용하는 곳도 넘쳐난다는 지적이다. 규정된 법정 최소인력도 고용하지 않은 한의원이 ‘나이롱 환자’들을 입원시켜 자동차보험 운영을 부실하게 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자동차보험의 허점을 노려 병실 운영을 확대하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기에 대응하는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fnDB
자동차보험의 허점을 노려 병실 운영을 확대하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기에 대응하는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fnDB

■한의원 병상 지속 증가, 간호사는?
22일 국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의원 병상 수가 최근 수년 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분기 기준 1만4036곳에서 2957개 병상을 운영한 한의원은 2019년 2분기엔 1만4392곳에서 3729개 병상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원 수는 제자리 걸음(약 2% 증가)인데 병상 수는 26%나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자동차 보험 환자들의 입원 및 관리에 한의원이 적극 나서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한다. 기존엔 일반 병의원이 자동차 보험 환자들을 담당해왔으나 급여기준이 엄격해지며 한의원 쪽 입원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심평원 통계에 의하면 한방진료비 역시 증가일로에 있다. 2015년 3576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19년엔 956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환자 역시 50여만명에서 126만여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의원 입원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한의원은 입원환자 5명당 1명의 간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입원환자 5인 이상의 한의원에선 간호사 정원의 절반을 간호조무사로 채울 수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을 간호조무사로 채우는 곳이 많다. 입원환자 5인 미만의 한의원은 100%를 간호조무사로 채워도 무방하다.

한방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간호사 이모씨는 “아이 키우면서 계속 일하기 어려워서 퇴사했다가 다시 일하려다보니 한방병원이 눈에 띄어서 갔는데 나이롱 환자가 많고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작은 병원에서도 간호사 기준이 잘 안 지켜지고 있는데 한방병원이나 한의원 쪽은 더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환자들을 겨냥해 병상을 늘리는 추세에 있는 한의원에 대해 보건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fnDB
자동차보험 환자들을 겨냥해 병상을 늘리는 추세에 있는 한의원에 대해 보건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fnDB

■법령 어겨도 실질처분 없어··· 사실상 '방치'
더욱 큰 문제는 구조적으로 이 같은 불법행위가 만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한방병원에 대해선 간호사 근무 현황을 매년 확인해 발표하고 있지만 한의원에 대해선 별도의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단속 및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일이 전수조사 하지 않을뿐더러 문제를 파악해도 그에 따른 처분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이다.

실제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의료법상 의료인 정원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된 의료기관 197곳 가운데 고발된 사례는 단 1건 뿐이다.
개설허가 취소나 과징금, 업무정지 등 실질적 타격이 되는 조치를 받은 곳도 16곳에 불과했다.

180곳은 시정명령만 받았다.


어겨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의료인 정원기준 법령을 정상화하기 위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의 명칭과 주소 등을 공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의료법상 정원기준 위반 의료기관 처분 현황(2015~2019.8)
(건)
건수
적발 197
고발 1
개설허가 취소 1
업무정지 6
과징금 9
시정명령 180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