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린이집 CCTV 분쟁 줄어드나..'사생활' 이유로 열람 거부 못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1 12:57

수정 2021.03.22 09:51

[파이낸셜뉴스] A씨는 최근 아이의 몸에 작은 상처와 함께 평소 못보던 이상행동을 목격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도 했다.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하는 학대 의심이 들었다. A씨는 어린이집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런데 어린이집 원장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영상을 바로 보여주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정부 규정(지침)을 찾아 원본 열람(법정 보관기관 60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재차 요청했다. 그랬더니 영상을 보려면 보육교사, 다른 아이들의 얼굴을 모자이크(비식별조치) 처리해야 한다며 적지않은 비용을 요구했다.


보호자가 어린이집 CCTV 영상 원본 열람을 요청하면 어린이집이 이같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보호자는 영상원본을 비식별 조치(모자이크 처리) 없이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의 정부 지침(가이드라인)이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아 그간 어린이집과 학부모 간의 분쟁 원인이 돼왔다. 실제 어린이집(보육교직원) 학대사례 건수는 지난 2019년 1384건으로 전년(2018년 818건)보다 41%나 급증했다.

■어린이집CCTV 열람 사생활 이유로 거부 못해
21일 정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정황이 있는 아동의 보호자가 어린이집의 CCTV 영상원본을 신속하게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의 지침 개정을 사실상 완료했다. 이를 내달 중에 최종 발표한다.

개인정보위와 복지부는 최근 가이드라인 개정을 사실상 완료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직동 개인정보위 신기술개인정보과장은 "보호자들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CCTV 열람이 불가능한 일이 없도록 가이드라인에 명확히 명시한다. 다음달 중에 개정 내용을 확정 발표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CCTV 분쟁 줄어드나..'사생활' 이유로 열람 거부 못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문제가 된 '사생활 침해 우려'라는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기존 지침(어린이집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에서 CCTV 영상 열람 조치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 다른 사람을 알아볼 수 없도록 보호 조치하라는 내용을 삭제한다. 보호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예시를 들어 구체적이고 명확히 규정한다.

개인정보위 지침(공공·민간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 )에는 어린이집 CCTV 열람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다. 김 과장은 "관련 법들에서 상충하는 일이 없고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없도록 복지부와 동일한 내용을 개인정보위 지침에도 처음 명시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어린이집 이외에 노인요양시설, 수술실 등 CCTV 영상 열람 허용 기준 및 사생활 침해 최소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애매한 지침 현장선 혼선..늑장대응 지적도
그간 어린이집 CCTV 영상 열람을 놓고 발생한 분쟁은 정부의 지침이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CCTV영상 원본 확인 수요도 크게 늘었다. 보호자로선 아이의 학대 정황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CCTV 영상을 봐야 한다. 그러나 관련 지침 조항이 애매하고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엇박자를 낸 것이다.

분쟁의 핵심은 개인 사생활 보호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당사자 이외 사람을 알아볼 수 없도록 보호조치를 하라는 지침이 그것. 그런데 일부 어린이집은 사생활 보호를 과잉 해석, 모자이크 처리에 드는 수백, 수천만원의 비용을 보호자에 전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모자이크 처리로 학대 사실조차 확인이 어려운 사례도 많았다. 일부는 60일치 영상 의무보관도 지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늑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많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는 상황인데 관계부처가 현장의견 청취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지침 하나를 선제적으로 개정했다면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 할수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승현 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법령상 일부 애매한 표현과 자의적 해석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있었다. 보호자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볼 수 없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지난 2015년 영유아보호법 개정으로 시행됐다.
어린이집은 열람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열람 장소와 시간을 정해 보호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의사소견서 또는 담당공무원과 동행하면 바로 영상을 볼 수 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부분이 확인되면 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담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