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체 잇단 독자개발
마냥 손놓다가는 낙오될 판
마냥 손놓다가는 낙오될 판
당장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몇 년 정도는 기존 계약물량으로 버틸 여력은 있지만 장기 공급물량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렇다고 LG·SK가 배터리 생산공정을 각형 배터리 양산체제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반대로 각형 배터리가 주력품인 중국 CATL은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에 중국은 큰손 고객이다. 전기차 매출 40%를 중국에서 올린다. 폭스바겐 배터리 파트너사 노스볼트도 각형 배터리를 주로 만든다. 결국 K배터리 물량을 줄이고 중국과 자체 개발물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올 1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CATL(31.1%)이 세계 1위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8.5%)은 2위, SK이노베이션(3.9%)은 7위다.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폭스바겐발(發) 악재로 지난주 LG화학 등 K배터리 3사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이 빠졌다. 테슬라·폭스바겐에 이어 포드·제너럴모터스(GM)·도요타도 배터리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 중 도요타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상용화 여부가 향후 글로벌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
자동차업체가 너도나도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건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데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값에서 30~40%를 차지한다. 값싸고, 위험도 낮고, 성능까지 좋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건 영업비밀·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이는 LG와 SK의 다툼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이 K배터리에 등 돌린 것도 알고 보면 양사 간 다툼이 큰 원인이다. 이러다 자칫 중국과 유럽 시장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기술개발과 시장전략을 새로 짜는 등 자생력을 키워야 할 때다. 집안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면 언제라도 글로벌시장에서 낙오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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