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했던 야권 단일화 과정이 본격 가도에 돌입하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 실무협상팀은 전날 9번째 회동에서 22~23일 이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른 결과 발표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24일에 이루어진다. 사흘 안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맞붙을 인물이 정해지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2곳이 각 1600개 표본(경쟁력 800개+적합도 800개)을 조사해 총 3200개 표본으로 단일후보를 정한다. 조사는 무선전화 안심번호를 통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단일화는 두 후보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판이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직을 걸었다가 결국 서울시청에서 걸어 나오게 된 오 후보에게는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총선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도전한 이후 패배를 맛보고 숨죽이고 있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마저 패배하면 그는 정치인생 자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가 속한 국민의힘 역시 제1야당으로서 후보 없이 안 후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당 쇄신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당 수장 자리에 앉혔지만 비대위 1년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항할 후보를 세우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안 후보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대선도 포기했다”고 수차례 언급하는가 하면, 국민의힘과의 ‘조건 없는 합당’을 내걸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 야권 빅 텐트를 꾸리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오 후보에게 승리를 내준다면 합당뿐 아니라 대선 출마 명분마저 상실하게 된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에서 밀려난 인물을 대선 후보로 내세울 정당은 없기 때문이다.
합당 역시 안 후보가 흡수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이 가진 의석은 불과 3석. 102석 국민의힘이 동일한 위치에서 합당을 해줄리 만무해 보인다.
이 같은 얽힌 상황 탓에 두 후보는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이날부터 강 대 강으로 치고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말들이 오고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오 후보는 전날 서울 마포구 한 라이브클럽에서 공연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 “내가 이기기를 희망한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전옥현 안보정론TV’에 나와 여권에서 제기하는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거론하는 등 네거티브 공세에 시동을 걸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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