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택배 상하차' 외국인 투입…"인력난 해소" vs "폭탄 떠넘기기"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2 13:15

수정 2021.03.22 13:15

서울 마포구의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및 상하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마포구의 택배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및 상하차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택배 상·하차 업무에 외국인 노동자 투입이 예고된 가운데 노조와 사측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택배사는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며 반색했다. 반면, 노조는 열악한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외국인 노동자 택배 상·하차 취업 허용' 입법 예고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택배 상하차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도 취업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에 나섰다.
법무부는 방문취업(H-2)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의 취업 허용 범위에 상하차 작업을 추가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택배 상·하차 작업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노동 강도가 심해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외국인 인력 고용을 허가하는 '고용허가제' 적용 업종에 택배업을 추가해 택배 상하차 작업에 외국인 고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는 택배 상하차 작업에 대해 해외동포 방문취업비자(H-2)를 내주는 안을 검토했으나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됐다.

택배 상·하차는 허브 터미널에 들어온 택배 상자를 싣고 내리는 작업을 말한다. 택배 관련 업무 중에서도 가장 노동강도가 높아 인력난이 심하다. 일부 업체들은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고용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하청·재하청에 따른 허술한 안전관리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 엇갈린 노사…"숨통 트여" vs "작업환경 바꿔야"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할 수 있게 되자 택배사측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하차 작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이직도 잦고 일용직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일정한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지 못해 업무에 차질을 빚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숨통이 트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규제를 더욱 완화해 현장에 투입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늘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택배노조 측에선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발언권이 약한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폭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 고용이 택배 업무 전반으로 확대돼 노동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강민욱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근무환경을 개선한 이후에도 인력난이 이어지면 외국인 노동자 투입을 검토하기로 했는데 앞뒤가 바뀌었다"라며 "외국인 노동자 투입은 극한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발언권이 약해서 근무환경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사측 입장에선 갑싼 노동력을 편하게 쓸 수 있으니 환영할 수 밖에 없다.
현장 개선 없는 외국인 노동자 투입은 굉장히 반노동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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