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2분기 접종 예정…접종 빠를수록 AZ 가능성
"백신 선택권 없어" 우려…아시아나 관련 논의 예정
72시간 이상 휴식·부작용 시 "국가 책임"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국내 항공사 승무원을 2분기 백신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관한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면서 항공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백신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두통, 발열 등 이상 반응이 예상됨에도 비행에 나설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 보다 충분한 휴식 기간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노동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 노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해 승무원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항공 승무원과 보건 교사 특수학교 교사 등을 포함한 2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항공 승무원 중 일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만큼 해외 유입 우려를 고려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승무원은 해외 운항을 마치고 입국해도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자가격리 중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이들과 접촉했던 승무원들이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접종 계획 발표 후 업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우선 백신 접종을 기점으로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지난 11일 한 저비용항공사(LCC) 직원이 "후유증 얘기도 많지만 빨리 맞고 싶다. 비행 없이 1년이 지났는데 (백신을) 맞고 정상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AZ 백신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까지 나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AZ 백신 접종 계획을 밝혔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럽에서 백신 접종 중단 사태가 빚어진 데 이어 지난 10일 '20대 사촌 동생이 백신 접종 후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하며 불안감은 증폭된 상태다.
현재까지 백신 미접종으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향후 발생 시 근무 배정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다수 승무원이 접종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접종 시기가 빠를수록 AZ 백신을 맞을 확률이 높다.
노조는 이처럼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감지된 만큼 AZ 백신 외 화이자 백신 등을 접종받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힌 노조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백신을 한 가지만 접종하지 말고 선택권을 두고 화이자를 (접종) 해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맞는다고 해서 모두 신뢰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외국이나 언론에서 부작용들이 굉장히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더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정부 접종 계획이 발표된 직후 "2분기 접종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내용 외 어떠한 구체적 계획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대책은 물론,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던 백신의 종류도 확인할 수 없어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특히 노조는 업계 특성상 접종 후 비행 중 이상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반인보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질병관리청과 전문가 등은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의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72시간 후 회복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항공 종사자의 경우 해당 시간이 지나더라도 비행 중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직업적 특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접종 대상에 포함된 만큼 부작용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확히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 종사자들은 (백신 접종 후) 3일 뒤 바로 비행에 투입되는데 비행 중 또는 해외에서 발병할 경우 대응이 어려운 만큼 72시간 이상 증상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부작용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적 대책이 부재한 데 우리 같은 경우 문제 발생 시 자격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근로자에게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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