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美·中 '편가르기' 돌입… 韓 '선택의 시간' 다가왔다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3 18:17

수정 2021.03.23 18:17

전략적 모호성 한계 다다라
사안별 분명한 입장 취해야
중국이 북한과 구두친서를 교환하고,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 제재 검토를 구체화하는 등 미·중 패권 경쟁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외교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은 반중국 전선을 모체로 하는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 참여, 한·미·일 3자협력 등을 두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이다. 전통적 동맹이자 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대북문제 및 경제산업 분야에서 밀접한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명확한 외교원칙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미·중 모두와 사이가 벌어지고 위기를 맞을 수 있어서다.

■북·중 정상, 협력강조 친서교환

23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리룡남 신임 중국주재 북한대사를 통해 시진핑 주석과 구두친서를 주고받았다.

통신은 친서 교환에 대해 "(북·중 간)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구두친서를 보내 노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 "새로운 형세 아래 북한 동지들과 손을 잡고 노력하고 싶다"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북한과의 결속을 다졌다. 친서 교환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기간에 이뤄져 중국이 북한·러시아와 결속해 반미전선 구축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반대 측에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을 내세워 EU와 영국·캐나다 등 서구 우방과 밀착하면서, 한국과 일본에도 반중노선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한국 외교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점이다.

당장 우리 정부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대북접촉을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도 양쪽이 경제와 외교, 정치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정면충돌에 가까운 설전이 오갔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을 놓고 미·중 양국이 서로 자기 편이라고 신경전을 벌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양국이 한국 정부에 요구할 청구서가 적지 않은 대목이다. 당장 미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의 군사협의체 쿼드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조만간 한국의 동참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한·중 양국이 시진핑 주석 방한 시점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검토 중인 점에서 시 주석 방한 이후도 또 다른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는 문재인정부 초기 성주 사드사태와 같은 제2의 경제제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모호성 둘 다 잃을 수도"

전문가들은 전략적 모호성보다는 사안별로 미국과 중국에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중국에 취해야 할 조치들을 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분명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쿼드 등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사안별 참여' 등 묘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 또한 쿼드를 '안보협의체'라고 정의하지 않고 코로나19 방역과 기후변화, 기술협력 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며 "미국이 이렇게 밝힌 만큼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등 이슈별로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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