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스타트업에게 '코어 성장 동력' 없애라는 법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5 08:36

수정 2021.03.25 08:36

카이스트 경영대학 김민기 교수
[파이낸셜뉴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필자 또한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새롭게 개정될 법안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경제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요즘, 플랫폼에 참여하는 소비자에 대한 '보호' 또한 새 옷을 갈아입을 시점이 도래했던 것은 맞기에 법안 발의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급한 밥이 체한다고, 섣부르게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눈에 띈다. 예컨대, C2C(개인간거래) 플랫폼의 경우 ‘형태’라는 외형적인 잣대만으로 일괄 규제를 하는 건 성급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

카이스트 경영대학 김민기 교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김민기 교수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당근마켓'만 하더라도 이번 전자상거래 개정안 규제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용자간 거래 분쟁 시 개인정보 공개와 관련해 많은 논쟁이 있는 상태다.
도리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선 법안에 당근마켓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왜일까?
입법 예고된 전자상거래 개정안 29조 항목을 살펴보면, 당근마켓과 같은 C2C 플랫폼을 이용하다 개인 간에 분쟁이 날 경우 거래 상대방에게 이름이나 전화번호, 심지어 집 주소까지 고스란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거래 당사자의 이름과 휴대폰번호, 주소를 일반 쇼핑몰에 입점되어 있는 전문 판매업자들의 정보와 동일시되어 언급되다 보니 이용자들의 머리 속에 "이것이 과연 진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정책인 것인가" 하는 물음표가 띄워지며, 단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주장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개정안만 놓고 봤을 때 이번 개정안은 당근마켓과 같은 혁신 스타트업에게 코어 성장 동력을 없애라는 것과 다름없다.

생각해 보자. 과연 중고상품이라는 것이 일반 전자상거래법의 획일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누구나 동질적 기대를 갖고 있는 신제품 구매와 달리, 중고제품 거래의 경우 그 특성상 소비자의 기대와 선호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자신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당장 주변에서 당근마켓에서 거래를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것을 규제로 막아낸다면, 행정 차원에서야 그 보다 편한 일이 있을까. 그런데 서비스에 대한 본질적 이해 없이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일반화된 논리로 혁신 기업들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둬버린다면 성장은 커녕 나중에는 규제만 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세상을 바꾼 플랫폼들은 저마다 가진 고유의 특성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기존에 만족되지 않았던 소비자 니즈 충족을 통한 '가치 창출'과 '혁신'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개인간 거래'라는 행위 형태에 갇혀 모든 C2C 플랫폼들을 동일하게 판단하고 규제한다면 양면적, 다면적 성격을 지닌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저 간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효과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과연 이 법을 누가 원하는지, 진정 이용자들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다양한 비즈니스모델(BM)을 가진 업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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