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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남 탓, 이젠 듣기도 지겹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4 18:25

수정 2021.03.24 18:25

노영민 "5년 전 정책의 결과"
임기 막바지까지 책임 회피
노영민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지금 (부동산) 공급 문제는 사실은 5년 전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사진=뉴스1
노영민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인터뷰에서 "지금 (부동산) 공급 문제는 사실은 5년 전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사진=뉴스1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금 (부동산) 공급 문제는 사실은 5년 전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이 24일 보도한 내용이다. 노 전 실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비리에 대해 "당연히 정권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그 뿌리는 문재인정부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2022년) 초 지나면 서울시내 아파트 값은 엄청나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전 실장의 발언을 훑어보면 왜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먼저 '5년 전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노 전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집값이 뛴 게 박근혜정부, 좀 더 멀리는 이명박정부의 정책 탓이라고 보는 듯하다. 정권 출범 첫해라면 그나마 수긍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5년차에 접어든 정부의 전직 고위 당국자가 할 말은 아니다. 전 정부의 정책이 부를 부작용을 예견했다면 미리 손을 써서 연착륙을 유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되레 내놓을 때마다 부작용을 키웠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 쌓인 병폐는 대부분 현 정부의 정책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투기의 뿌리가 문재인정부를 넘어선다는 주장도 면피성으로 들린다. LH 비리 의혹은 신도시 땅 투기가 핵심이다. 거슬러 오르면 그 뿌리는 노태우정부에 닿는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1기 신도시 정책을 내놨다. 이어 2003년 노무현정부에서 2기 신도시 정책을 내놨다. 3기 신도시 정책은 다름아닌 문재인정부가 2018년에 내놨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여섯번째 3기 신도시로 경기도 광명·시흥을 지정했다. 바로 여기서 LH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뿌리가 문 정부를 넘어선다면 노태우·노무현정부를 탓하겠다는 건지 당최 알 수 없다.

내년 서울 아파트 값이 '엄청'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듣기만 해도 겁이 덜컥 난다. 작년 말 기준 17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집값 급락은 고스란히 금융 리스크로 전이된다. 30년 전 일본 경제가 터널 속으로 들어간 것도 부동산 폭락이 출발점이다. 집값이 와장창 떨어지지 않도록 소프트랜딩(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중대 책무다.

문 정부는 4년 내내 부동산 시장과 싸웠다. 결과는 완패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정부 출범 후 최저인 34%대로 떨어졌다. 부동산 실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남 탓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는 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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