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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롯데쇼핑이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자신들만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스타트업들은 중고거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달리 소비자와 판매자가 나뉘지 않는 프로슈머(Prosumer) 시장이고 이에 대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과거 대기업이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진입장벽이 있는데다 각 스타트업 별로 서비스, 특정 고객·상품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대응전략 ‘차별화’
25일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상당수를 인수하는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300억원을 출자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4개사가 경쟁하던 중고거래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서자 업계는 공통적으로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앱(APP) 서비스를 다양화해 사용자 충성도를 늘릴 계획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모바일 기반으로 활성화되면서 앱에 접속해 거래하는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월간순이용자(MAU) 기준 당근마켓(1450만명), 중고나라(1200만명 추산), 번개장터(520만명), 헬로마켓(120만명) 순이다.
당근마켓은 중고나라와 가는 길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중고나라가 중고거래 자체에 집중한다면 당근마켓은 지역기반 생활커뮤니티가 정체성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중고거래 보다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에 더 큰 무게를 둘 예정이다. 이를 위해 다른 온오프라인연계(O2O) 스타트업과 협업한 서비스로 플랫폼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문 앞 세탁물을 두면 가져가는 세탁특공대, 홈서비스 미소, 번려동물을 돌봐주는 펫트너의 서비스를 당근마켓서 이용할 수 있다.
번개장터는 MZ(밀레니얼·제트)세대 고객층과 중고 스니커즈, 중고폰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에 나선다. 번개장터 사용자는 40%는 25세 미만이다.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과 이달 착한텔레콤 중고폰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지난 2월 더 현대 서울에 스니커즈 오프라인 공간 브그즈트 랩을 열어 리셀(재판매)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헬로마켓은 중고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인 사기를 원천차단하고 사용자 거래 편의성을 돕는 서비스에 집중한다. 직거래를 금지하고 100% 택배거래만 허용하는 거래방식이다. 택배거래만 이뤄지다보니 구매자가 판매자 중고품을 받고 구매확정을 선택해야 거래가 완료되는 에스크로방식의 안전거래만 진행한다. 택배비도 중고품 크기 무게와 상관없이 전국 균일가 2000원으로 고정했다. 고객관리(CS)도 강점이다.
■중고거래 선순환구조 만들기 어려워 ‘진입장벽’
스타트업계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대기업도 쉽지 않은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는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지만 중고거래는 개인간거래(C2C)인 특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향후 롯데쇼핑에서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대규모 자본과 유통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스타트업과 같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롯데쇼핑도 2019년 8월부터 시작한 중고거래 앱 마켓민트 서비스를 운영악화 등 이유로 이달 종료한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CJ오쇼핑, SKT 11번가 등 대기업들도 중고거래 서비스를 시도한 적 있지만 뚜렷한 결과는 내지 못했다. 중고거래는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는 프로슈머마켓이다. 이해도가 높고 24시간 집중하는 조직구조가 적합하다”며 “특히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중고거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사용자 행동패턴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분석하면서 플랫폼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그간 투자유치로 체급을 불린 상황이라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4월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에게 560억원, 당근마켓은 2019년 알토스벤처스 등에게 400억원, 헬로마켓도 누적 186억원을 투자 받았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번개장터, 헬로마켓은 10년 이상 플랫폼 경험을 쌓은 강점이 있다. 대기업도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 투자를 통해 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고나라는 유진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참여하는 기업 중 한 곳이 롯데쇼핑이고 지분인수는 아직 완료가 아닌 진행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롯데쇼핑 투자는 성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에선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망이 있는 만큼 온라인에 강점이 있는 중고나라와 온오프라인 매장 운영 등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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