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유경선 기자 = 4·7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노골적인 갈등이 표출됐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유세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하며 눈 인사까진 나눴지만 안 대표의 지원연설 도중 김 위원장은 자리를 떴다.
정치권의 대표적인 악연으로 알려진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자, 두 사람의 갈등이 가깝게는 보선 이후 진행될 합당 국면이나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 후보 캠프와 국민의힘의 핵심 유세현장은 시청역이었다. 서울시장 보선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시청 앞에서 당 지도부와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약 2주일간의 선거 레이스를 주도하겠다는 게 캠프의 전략이었다고 한다.
특히 오 후보의 단일화 상대였던 안 대표가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시청역 유세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오 후보 지원뿐 아니라 김 위원장과의 재회도 자연스럽게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의 연설이 끝나자 오 후보와 안 대표가 함께 유세차량으로 올라왔고 악수까지 나눴다.
당적이 달라 국민의힘 점퍼 대신 정장 차림으로 유세차에 오른 안 대표는 상의 안주머니에서 준비한 연설문을 꺼내 읽었다.
그러나 안 대표가 2~3문장을 읽은 뒤 김 위원장은 옆이 있던 주호영 원내대표와 몇 마디를 나누고 유세현장을 떠났다.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날 선 공방전을 벌인 만큼 이번 합동유세를 통해 통합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지원유세를 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오 후보와 안 대표가 두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 앞에 서서 같이 인사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두 사람의 악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1년 당시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안 후보에게, 김 위원장은 '멘토'(조언자)로 불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다음 해인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 말을 듣지 않고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직행했고, 결과적으로 무소속이던 박원순 후보에 양보를 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양보를 한 게 아니라 중도 포기를 했다고 생각했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도 두 사람의 사이는 틀어졌다. 안 대표는 대선 후보로서 김 위원장에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당시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안 대표가 패배하면서 안 좋은 기억만 남기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제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게 정치판에선 다반사이지만 두 사람 모두 고집이 강하고 자존심도 센 편이라 앙금이 쉽게 정리될 거 같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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