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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시가 급등에 집단반발, 가볍게 보지 마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5 18:04

수정 2021.03.25 18:04

세종·서울 조세저항 조짐
제도 전반을 뜯어고쳐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을 둘러싼 반발이 서울·세종시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를 뒤로 한 세종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시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을 둘러싼 반발이 서울·세종시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를 뒤로 한 세종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시스
부동산 공시가격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제주도는 지난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산정이 엉터리라며 가격 동결과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서울 서초구도 이에 동조했다.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비 70% 넘게 오른 세종시에선 집단 반발 움직임이 보인다.
약 20% 오른 서울에선 이의신청 연명부를 돌리는 곳도 나타났다. 전형적인 조세저항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9억원 초과는 3.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9억원은 종부세 커트라인이다. 동시에 국토부는 6억원 이하 1주택자는 오히려 올해 재산세가 작년보다 적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국토부 관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함정에 빠졌다. 종부세 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으로 보면 3.7%이지만 서울은 16%(41만3000호)에 이른다. 집값 불안의 진앙은 서울이다. 서울이 꿈틀대면 수도권이 움찔대고 그 여파는 종종 전국으로 뻗어나간다. 서울의 조세저항 움직임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집값 오른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게 맞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량한 장기거주 1주택자들에게 공시가격 인상은 미실현 이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격이다. 이러니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달랑 한 채 가진 집주인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올해 공시가격은 조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어떤 경우에도 세금은 베이비 스텝으로 조금씩 올리는 게 상식이다. 박근혜정부에서 한 경제관료는 연말정산 파동 속에 이를 거위털 뽑기에 비유했다. 그러자 '민심을 모르는 포악한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시가격 두자릿수 상승은 거위털을 아예 통째로 뽑는 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무슨 정책이든 급작스러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좋지 않다"며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은 문재인정부 들어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속도조절 같은 보완이 아니라 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은 조사원 520명을 동원해 1인당 평균 공동주택 845개동, 2만6600호를 전수조사했다.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에서 부동산 평가는 주정부 또는 시·카운티의 몫이다. 캘리포니아주는 매매가 이뤄질 때만 재평가한다.
우리도 부동산 평가 권한을 과감하게 지자체에 넘기고, 평가 주기를 1년 단위가 아니라 3~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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