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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착한암’ 전이 동반한 4기도 ‘마지막 희망’은 있다 [Weekend 헬스]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6 04:00

수정 2021.03.26 04:00

조용범 삼성서울 대장항문외과 교수
간전이 20~25%, 폐전이는 10~15%
암부위 절제시 다른 암보다 좋은예후
복강에 퍼진 복막파종은 완치 어려워
새 면역치료 연구 미래 환자에 ‘희망’
대장암은 ‘착한암’ 전이 동반한 4기도 ‘마지막 희망’은 있다 [Weekend 헬스]
대장암은 조기 진단을 받을 경우 완치가 가능하며 전이를 동반한 4기의 경우에도 치료를 잘 받으면 다른 암에 비해 좋은 예후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용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데 길게는 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대장암 초기에는 어떤 증상도 없으며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대장암의 치료에서 '마지막 희망'을 이야기할 때 만나야 하는 조용범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사진)에게서 4기암과 전이암 치료를 물었다.

-대장암 병기 어떻게 나누나.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의 가장 흔한 질문이 "저 몇 기예요?"다. 대장암의 치료방법과 예후를 예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병기 분류는 암이 대장벽을 침범한 깊이, 주위 림프절 전이 여부, 원격 전이 여부에 따른다.


0기면 대장의 가장 안쪽 조직인 점막층에 대장암이 국한된 경우로, 완치율이 100%에 가깝다. 점막조직에서 발생한 암이 점막하층과 근육층까지만 침범했다면 1기로 부른다. 이 때도 완치율이 90% 이상으로 높다. 2기엔 대장벽의 근육층 밖으로 뚫고 나오거나 주위 조직까지 침범했으나 아직 림프절 전이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대장암 2기의 완치율은 70~80% 정도이다. 3기부터 치료가 어려워진다. 암이 대장벽의 근육층 밖으로 뚫고 나오거나 주위 조직까지 침범했으나 아직 암의 침습 깊이와 상관없이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대장암 3기로 분류된다. 3기의 완치율은 50~6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암이 이 보다 더 퍼져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에서도 발견되면 4기다. 통상 완치율이 5% 이하다.

- 간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대장암이 가장 흔하게 전이되는 장기는 간이다. 대장의 혈액 순환이 모두 간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소장과 대장에 있는 정맥이 '간문맥'이라고 하는 큰 정맥을 통과해 간으로 흘러 들어간다. 대장암이 있는 경우 원발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혈액을 따라서 간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간에 도착한 대장암 세포가 간에서 자라나 전이암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 간으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렵나.

대장암을 진단할 때 이미 간으로 전이된 환자는 약 20~25%에 달하고, 대장암 치료 후 3년 이내에 약 20~30%의 환자가 간전이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에 전이가 됐어도 수술 등으로 전이된 암을 절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율이 4배 이상 높아서 5년 생존율이 25~40%까지 보고되고 있다. 간전이 수술을 한 후에 간의 다른 부위에 다시 재발된 경우에도 암이 생긴 부위가 절제 가능한 경우라면 또 다시 절제할 수 있다.

다만, 간에 전이된 암의 수가 너무 많거나 전이암이 간의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에 모두 있는 경우면 어렵다. 간을 절제하고 난 뒤에 남은 간의 부피가 너무 작아 간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없다.

- 폐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엔.

대장암이 폐로 전이되는 경우는 10~15%로, 간보다는 빈도가 낮은 편이다. 같은대장암이라도 결장암보다는 직장암에서 폐전이가 더 많이 생긴다. 폐로 전이된 경우에는 간에 전이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이 병변수가 적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으며 완치의 가능성도 있다. 폐 이외의 다른 장기에서 재발하더라도 타 장기의 완전 절제가 가능하다면 예후가 간전이만 있는 경우와 비슷한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대장암이 장벽을 뚫고 암세포가 대장 바깥쪽 복강으로 퍼진 복막파종의 경우에는 수술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뼈로 전이된 경우에는 증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방사선치료를 권하는 데, 전이 병변의 진행으로 인해 압박 골절이나 신경마비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 풀어야할 숙제는.

머지 않은 미래에는 조직검사를 통해서 얻은 작은 암조직을 이용해 수십가지의 항암제에 대한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칩이 개발돼 개인맞춤의료가 가능해 질 것이다.
요즘 항암치료의 최대 화두는 면역치료인데 불행하게도 대장암에서는 극히 일부분의 환자에서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면역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시행하여 대장암에서의 새로운 면역치료 기전을 찾았고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다 치료 효과가 좋은 새로운 신약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기에 미래에는 환자들에게 더 큰 희망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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