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中동북공정 빌미" vs "판타지에 팩트타령"…학계도 '조선구마사' 논쟁

뉴스1

입력 2021.03.26 15:01

수정 2021.03.26 15:20

SBS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SBS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SBS의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끝에 폐지가 결정된 것을 두고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악령과 인간의 대결을 다룬 드라마로, 22일 첫 방송 이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가 26일 폐지가 결정됐다. 극 중 태종이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명나라와 국경이 닿은 의주 지역에서 월병 등 중국식 음식을 먹는 설정 등이 문제가 됐다.

시청자 게시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항의글이 달렸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협찬 및 제작업체에 보이콧 의사를 밝혀 다수 기업이 제작 지원과 광고를 철회했다.



학계와 지식인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조선구마사'를 비판하는 측은 역사왜곡 드라마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미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동북공정'을 펼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24일 페이스북에 썼다.

한국어 강사이기도 한 유튜버 황현필도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장면을 지적하며 “우리가 동북공정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는데 최근 한복, 김치, 비빔밥 공정에 이어 드라마에서까지 중국풍이 밀고 들어와 화가 난다"는 동영상을 25일 올렸다.

반면 판타지 창작물에 대한 과잉반응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픽션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콤플렉스가 이리 심한가"라며 "군중심리로 작가의 상상력을 억압하고 대중이 인정하는 '하나의 역사'만 가르치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한국 픽션 드라마를 동북공정의 근거로 삼을만큼 어리석은 나라인가"라며 "과잉반응이야말로 동북공정이 성공하고 있다는 방증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음식평론가 황교익도 페이스북에 '조선구마사' 동북공정·역사왜곡 논란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한국의 역사 드라마는 몇몇 등장인물 외에는 완벽한 판타지"라며 "'대장금'에 나오는 음식이 조선에 있었다고 생각하냐"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황교익은 다른 게시글에서 "판타지면 판타지로 보고 말지 뭔 역사 타령인가" "국뽕 여러분은 만두가 중국 고유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러분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부역하고 있다" "한국 역사 드라마는 판타지일 뿐이니 그거 보고 역사 공부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조선구마사'를 둘러싼 논란이 역사해석의 공론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구성원과 세대 등이 달라지면 역사는 언제든 재해석될 수 있다"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보탤 수 있는 드라마나 문학 등은 사람들이 생각을 교환하고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 왜곡 논란으로 드라마가 폐지된 것에는 비판 의견을 냈다. 윤 교수는 "역사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라마를 폐지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사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이번 폐지 결정이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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