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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연금은 정치와 멀어질수록 좋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8 18:00

수정 2021.03.28 18:00

주식 허용범위 조정 보류
괜히 오해 사는 일 없어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기금운용위는 국내주식 투자 비중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진=뉴스1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오른쪽)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기금운용위는 국내주식 투자 비중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진=뉴스1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주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최상위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는 26일 국내 주식투자 비중의 허용범위를 넓히지 말지 논의했으나 결정을 보류했다.
회의 전에 기금운용위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었다. 기금운용위가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운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도 이처럼 중립적 행보를 이어가기 바란다.

지난 몇 달간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팔자'를 이어갔다. 그러자 개인투자자(동학개미)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민연금 때문에 주가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이다. 증시 부양은 국민연금의 본질과 무관하다. 국내든 해외든 주식을 팔아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파는 게 맞다.

기금운용 포트폴리오도 원래 정한 대로 가는 게 옳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5년 자산배분 목표를 정한다. 이 같은 중기목표 아래 연간 운용계획은 따로 세운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주식 비중을 평균 16.8%로 유지하도록 짰다. 그런데 국내 증시가 호황을 타면서 이 비중이 목표치를 사뭇 벗어났다. 국민연금으로선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국내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지난 몇 개월간 국민연금은 룰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이 룰을 바꿀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2040년대 초반 적자가 예상된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어 2050년대 중반엔 아예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 적자가 시작되면 국민연금은 주식이든 채권이든 보유자산을 내다 팔아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은 '연못 속 고래'로 불린다. 주식을 대량으로 팔기 시작하면 국내 증시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주식은 국내보다 해외 비중을 점차 높이는 게 맞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9.7% 수익률을 올렸다. 1988~2020년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6.27%에 이른다. 앞으로도 꾸준히 수익을 내야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한두 해라도 늦출 수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보장이 알파요 오메가다. 증시 부양, 스튜어드십 코드 따위는 부수적 업무일 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선 안 된다. 차기 기금운용위는 4·7 보선 뒤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기금 운용의 중립성은 선거 뒤라고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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