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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바로잡으려면 정책 기조 손봐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29 18:30

수정 2021.03.29 18:30

투기꾼 척결도 좋지만
시장 정상화가 급선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정치 광풍이 불고 있다. 청와대에도 국회에도 선거판에도 분다. 가히 부동산 정치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자율에 맡기면 알아서 굴러간다. 그런데 이 시장이 정치에 심하게 오염됐다. 그 통에 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모두 이성을 잃은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에 김상조 정책실장을 경질했다. 김 실장은 작년 7월 전월세상한제를 실시하기 이틀 전에 자기집 전셋값을 14% 올려 받았다. 상한제가 실시되면 상승폭이 5%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공직자로서 그릇된 처신을 두둔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상한제 실시 전에 전셋값을 왕창 올린 사람이 어디 김 실장 하나뿐일까 싶다. 전월세상한제라는 반시장적 제도가 많은 집주인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김 실장은 시범 케이스로 걸렸을 따름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긴급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잡을 제도 개선안으로 재산등록제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며,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몽둥이를 휘두르다 자칫 쪽박을 깰까 걱정이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과잉 대응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사인(私人) 간에 벌어지는 일을 정부가 시시콜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벌써 '부동산 빅 브러더' 우려가 나온다. 진보정부가 프라이버시 침해에 앞장설 줄은 미처 몰랐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온통 부동산이 뒤덮었다. 민주당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을 물고 늘어졌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졸지에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가 됐다. 부산에선 엘시티 의혹을 놓고 김영춘(민주)·박형준(국힘) 후보 간에 진흙탕 싸움이 한창이다.

한마디로 국력 낭비다. 문 대통령은 29일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정책 기조는 그대로다. 아니, 갈수록 더 세게 나간다. 자기 잘못을 감추려는 오기다. 그 결과 온 나라가 부동산 늪에 빠졌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온갖 규제를 쏟아냈지만 집값은 역대급으로 올랐다. 규제의 역설이다.
지금 필요한 건 더 센 몽둥이가 아니라 진솔한 반성문이다. 이제 좀 차분해지자. 그 출발점은 부동산 시장에서 정치색을 벗기는 것이다.
정치가 설칠수록 부동산 약자인 서민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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