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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아졌나?..'상장 고배' 마시는 기업들 줄이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0 15:24

수정 2021.03.30 15:24

전년 대비 약 3배 많은 기업이 상장철회·미승인
특례기업 추진 기업들이 절반 웃돌아
업계서는 "상장요건 까다로워져" 토로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파이낸셜뉴스]기업공개(IPO)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잡음이 끊이질 않는 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눈초리가 매서워진 영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스로 상장 심사를 철회했거나 탈락한 기업은 전년(4개)보다 약 3배 많은 11개에 이른다. 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기업들은 대다수 특례상장을 추진했다가 어그러진 경우다. 시큐센, 디앤디파마텍, 애자일소다, 쓰리디팩토리(이하 기술특례), 엑소코바이오(성장성특례), 오상헬스케어(테슬라특례) 등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상장예비심사 탈락 기업 추이
연도 기업수
2020년 4개
2021년 11개
(한국거래소(1월~3월 30일 기준))

특례상장은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방식으로는 재무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적자기업, 특히 바이오업종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및 재상장 제외) 65개 가운데 27개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특례상장 제도는 양적인 면에서는 자리 잡은 모습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의구심이 남는다. 실제로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기술특례 기업인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각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와 세전손실 지속으로 상장폐지의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없는 기업이 제도를 통해 증시에 들어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제도의 부작용을 의식한 듯 거래소는 올해부터 기술평가 평가항목을 확대·정비하는 등 ‘고삐 조이기’에 나섰다. 또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기술성평가도 더 깐깐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최근 들어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다.

한 IB관계자는 “최근 상장요건이 까다로워진 것 같다”며 “요즈음에는 초기 바이오 기업의 기술성평가에서도 매출액을 중요 요소로 보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관계자는 “기술성평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성장성특례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급증했다”며 “문제는 규정에 따른 취지에 맞게 기술성평가를 받아야 할 회사들이 성장성특례에 몰리다보니 거래소도 예의주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피부로 느끼기엔 특례상장 심사가 까다로워 졌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답답하다는 토로도 나온다.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다가 자진 철회한 한 기업 관계자는 “예비심사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날 아침까지 기대했지만, 거래소 측에서 ‘시장성에 대해 좀 더 레퍼런스를 확보하라’고 통보해 상장을 철회했다”며 “구체적인 수치 등 정량적으로 제시한 부분이 없어 판단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풍선효과’도 일어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레퍼런스를 만들 목적으로 바이오기업들이 상장 전 염가로 ‘라이센스 아웃(기술이전)’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네트워크 있는 기업들끼리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걸어두고서 소액으로 라이센스 아웃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거래소 측은 올해 들어 상장예비심사의 원칙은 예년과 동일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심사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심사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례상장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철회도 많아졌을 순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개별기업에 관한 내용이기에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