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반도체 수요 예측 실패
제조시설 증설 3년 이상 걸려
단기간에 공급 늘리기 어려워
인허가 등 정부 차원 지원 필요
제조시설 증설 3년 이상 걸려
단기간에 공급 늘리기 어려워
인허가 등 정부 차원 지원 필요
코로나19 변수로 인한 수요예측 실패와 반도체 업계의 소극적인 투자로 자동차에 이어 가전과 스마트폰까지 공급부족 사태가 번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신속한 신규 공장 증설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적기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일문일답.
―작년 말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의 원인과 해법은.
▲이종환 교수=당초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비대면·온라인 관련 정보기술(IT) 제품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자동차용 반도체 대신 대부분의 생산량을 IT기기와 가전 반도체에 할당했는데 이후 자동차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수급불균형이 발생했다. 여기에 다수의 자동차 반도체회사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에 따른 정전과 일본 최대 차량용 반도체회사의 대형화재는 반도체 공급난을 가중시켰다.
▲이주완 연구위원=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아직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생산을 도맡고 있다 보니 단기간에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텔·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초대형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이 시장에 이제 겨우 발을 들여놓은 단계다. 반도체 빅4가 주수익원인 중앙처리장치(CPU)·D램·낸드플래시 대신 자동차용 반도체를 대량생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전문업체들의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
▲이승우 센터장=본질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공급부족의 1차적 원인은 세트 제조사들이 이 같은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업체들의 추가 투자가 소극적이었던 것이 부수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해소법은 생산력 확충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지각변동에 따른 국내 제조사들 영향은.
▲안기현 전무=반도체 업체들은 제조시설을 구축할 좋은 기회로 보고, 팹 신설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유럽·일본 등에선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진행 중이다. 향후 투자의 신속성과 기술개발 정도에 따라 국가별·기업별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교수=반도체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의 자국 우선주의 확산,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 및 대만 TSMC의 공격적인 투자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 요인이다. 반도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면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세대(5G) 이동통신 등의 응용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열세는 자칫하면 더 어려운 경영상황으로 갈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공급부족, 향후 전망은.
▲안기현 전무=앞으로 2~3년은 지나야 반도체 수급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급시설이 예상보다 더 빨리 증가하는 수요량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시설을 증설한다 해도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긴 어렵다.
▲이주완 연구위원=반도체 공장의 신규 증설은 1.5~2년 정도 필요하다. 미국과 EU 등 주요 정부가 펀딩을 하고, 기존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라인을 확충할 때까진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자동차용 반도체뿐 아니라 서버용 D램 등 일부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수급이 타이트할 수 있다.
―국가적 지원체계의 필요성과 업계가 바라는 점은.
▲이종환 교수=단기적으로 보면 정부는 반도체 부품 수입에 필요한 서류 및 검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긴급물자 수출입에 준하는 관세행정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핵심 반도체 부품 수입을 위해선 외교채널을 통한 정부 차원의 다각도 지원이 필요하고, 핵심 반도체 부품 공급망에서 병목현상은 없는지 포괄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론 반도체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설계, 파운드리, 패키지 등 분야가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 관건이다.
▲이승우 센터장=한국은 대만과 비교해 국가와 기업의 대(大)전략 수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만의 경우 정부와 기업(TSMC)이 전략적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밀접하게 협력을 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산업계 목소리가 정책에 덜 반영되고 있다. 개별 기업들도 한국 반도체가 어떤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안기현 전무=신속한 제조시설 구축이 급선무다. 국가는 반도체 제조시설이 국내에 잘 구축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해주고, 제조시설 운영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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