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등장한 두 단어 '왕따'와 '일진'
![[두유노우] 왕따와 일진, 어디에서 왔을까?](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1/03/31/202103311324013273_l.jpg)
[파이낸셜뉴스] 학교 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왕따'나 '일진' 등의 단어가 언급되곤 한다.
이 두 단어는 1990년대 이전까지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였다.
집단 따돌림.. 한국판 '이지메'에서 '왕따'로
왕따는 크다는 의미의 '왕(王)'과 '따돌림'을 합친 말이다.
1990년대에 탄생한 이 단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용되던 은어였다.
1995년에는 ‘매우, 엄청’이라는 의미로 단어 앞에 '왕'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유행했다.
이 유행에 따라 '집단적으로 엄청나게 따돌림을 당한다'라는 의미로 왕따가 사용된 것이다.
왕따는 일본의 집단 따돌림 '이지메'와 비슷한 사회 현상이었다.
1990년대 이전 일본에서는 이지메 피해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으로 파장이 일었다. 당시만 해도 이는 일본의 사회 문제로 여겨졌다.
그래서 집단 따돌림을 의미할 때 한국판 '이지메'라고 표현했다.
1996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몸이 약해 체육시간에 열외 대우를 받는 학생이 급우들에게 약 1년간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 사회에도 집단 따돌림 현상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이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무렵 '왕따'라는 단어 사용이 급격히 확산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던 단어가 일반 사회로 퍼지며 은어에서 유행어가 됐다.
교내 폭력 집단 '일진'.. 日 만화에서 유래?
그렇다면 학교 내 폭력 집단을 뜻하는 단어인 '일진'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일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교내 폭력 집단의 이름 '일진회'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폭력의 우열로 순서를 정해 싸움을 가장 잘 하는 아이들을 '일진', 일진 다음의 아이들은 '이진'으로 칭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학생 폭력 조직을 '서클'이라 불렀는데, 1990년대 중반 일진이라는 단어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일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에 일어난 '일진회 사건' 때문이다.
당시 갈등 관계의 다른 학교 학생을 폭행해 체포된 가해 학생들은 일본 만화 <캠퍼스 블루스>를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일진회는 많은 학교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학교의 일진들이 모여 지역 연합을 형성하고 이들이 모여 광역화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또, 연령대가 낮아져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일진회가 존재하기도 했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 임예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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