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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총성 쏘아올린 롯데, e커머스가 첫번째 승부처 ['NEW'롯데]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31 17:31

수정 2021.03.31 17:31

"올해를 재도약 터닝포인트로"
이베이코리아 인수戰 뛰어들어
롯데온 새 대표 영입 승부수도
M&A성공땐 e커머스 시장 점유율
네이버·쿠팡 제치고 단숨에 선두
변화 총성 쏘아올린 롯데, e커머스가 첫번째 승부처 ['NEW'롯데]
'유통공룡'의 자존심을 더 이상 구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드디어 선 것일까. 올해 들어 롯데의 공격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핵심 카드는 인수합병(M&A)이다.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중고시장, 바이오 등을 새로운 공략지로 설정하고 공격 진용을 갖췄다.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이사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롯데는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내겠다"며 "각 사업의 전략적 의의와 시너지 창출 여부를 철저히 점검,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해 성장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뚜렷하다. 현재 롯데는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축인 유통이 흔들리며 수세에 몰린 상태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호텔 등 유통 시장 전반적인 타격으로 롯데그룹 매출은 2018년 84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70조원으로 줄었다. 신동빈 회장이 "생존에 급급한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며 거듭 변화를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 흐름을 타고 쿠팡과 네이버의 덩치도 무시 못할 정도로 커졌다. 특히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10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롯데의 '유통 1등' 자존심에 상당한 타격을 안겼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뛰어든다

롯데의 올해 성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부회장)은 주총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며 인수전 참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당초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유력 후보자로 롯데는 첫 손가락에 꼽혔지만 예비입찰 전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롯데가 인수전 참여부터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도 업계는 '반반'으로 점쳤었다.

그러나 강 대표의 공식 발언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롯데가 올해 e커머스 시장을 본격적인 공략지로 설정하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는 시그널이어서다.

롯데는 롯데온을 온라인 시장 첨병으로 육성했으나 그간 e커머스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후발주자인 데다 빠른 대응이 필수인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적응도도 확연히 낮았다. "유통시장 최강자로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많았다.

결국 롯데는 롯데온을 빠르게 성장시키는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최고의 '한 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으로 네이버(26조원), 쿠팡(22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국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업계 선두권으로 단숨에 치고 나갈 수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로 봐도 비슷하다. 현재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쇼핑이 17%,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11번가 6%, 롯데온 5% 등이다.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와 결합한다면 수치만으로 보자면 17%로 쿠팡을 제치고 네이버쇼핑과 1위 경쟁을 펼칠 수 있다.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의지는 최근 롯데온 수장을 이베이코리아에서 영입한 것에서도 묻어난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에 낙점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은 G마켓 신규사업실장, 국경간 전자상거래 사업실장 등을 역임한 온라인 쇼핑 전문가다. 특히 이베이코리아의 핵심 축인 간편결제 시스템인 '스마일페이'와 현대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스마일카드' 등 핵심 사업을 주도했다. 롯데온의 재도약을 넘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까지 염두에 둔 인사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오·중고시장, 新사업지는

롯데그룹이 또 하나의 공략지로 설정한 지점은 바이오다. 롯데는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신규 사업모델을 검토 중인데 그 중에서 바이오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현재 알려진대로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다면 이는 롯데그룹이 만들어진 이래 73년 만에 첫 도전이다. 롯데는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 지분 매입이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바이오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의 축인 유통과 화학이 경기 파고에 민감한 만큼 바이오 부문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엔지켐생명과학은 글로벌 신약개발로 주목받는 업체다. 염증해결촉진자, 호중구이동조절자로 주목받는 신약물질 'EC-18'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호중구감소증, 구강점막염 치료제로 미국 임상2상 단계에 있다.

중고시장에도 뛰어든다. 롯데쇼핑은 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인수키로 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내 중고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고나라는 회원 2300만명을 보유한 최대 플랫폼으로,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5조원을 돌파했다. 월 사용자 수도 1220만명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일단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지만 향후 성과에 따라 중고나라 인수 방안도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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