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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빚으로 저소득국 옭아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1 04:43

수정 2021.04.01 04:43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불공정한 차관계약으로 베네수엘라 등 빈곤국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경지대인 아라퀴타의 난민 수용소에서 한 아이가 철망에 기대 밖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국이 불공정한 차관계약으로 베네수엘라 등 빈곤국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경지대인 아라퀴타의 난민 수용소에서 한 아이가 철망에 기대 밖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국이 은밀한 차관게약을 통해 빚으로 저소득국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윌리엄앤드매리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가난한 나라들에 돈을 꿔주면서 수많은 계약조건들을 통해 사실상 이들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금융사들은 저소득 국가들에 차관을 제공할 때 법적인 계약 조건을 활용해 다른 채권자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선다.

계약조건 가운데 상당수가 이례적으로 엄격한 수준이어서 중국에서 빌린 돈은 다른 채권자들과 공조를 통한 채무 구조조정도 불가능하고, 빚을 갚을 때는 중국 돈을 먼저 갚도록 하고 있다.

윌리엄앤드매리대 산하의 에이드데이터 연구소 소속 애널리스트들, 국제개발센터(CGD), 킬 국제경제연구소, PIIE 등의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 수출입은행과 중국 개발은행이 아르헨티나·에콰도르·베네수엘라 등 24개 개발도상국들과 맺은 100개 차관계약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이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개국 모두 최근 수년간 국가부도(디폴트)를 겪은 나라들로 일부는 사하라 남부의 최빈국들이다.

차관계약 100개 가운데 2014년 이후 맺어진 38개 계약 모두는 또 극도의 보안조항도 담고 있어 다른 채권자들이 채무국의 정확한 금융상태를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계약조항들은 채무국의 국내·외교 정책에도 중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인민공화국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계약 위반(크로스 디폴트)'으로 간주하고, 채무국이 중국과 단교하면 채무를 즉각 갚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등은 신흥국들의 높은 채무부담 때문에 채무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선진국들에 신흥국 채무 부담을 줄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의 채권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조처들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잠비아 채무 구조조정에서 채권 시장에 중국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채무구조조정에서 일부 채권자들은 이자 지급 감축을 거부했다. 이자 감축으로 남긴 돈이 결국은 중국의 빚을 갚는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중국만 배부르게 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PIIE 선임연구위원으로 보고서 주저자인 애나 젤펀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채권자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미 약해 빠질대로 빠진 채무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 개도국들의 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요20개국(G20)의 이니셔티브 2개에 서명함에 따라 향후 이같은 관행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거리가 됐다.

CGD의 스콧 모리스 선임 연구위원은 중국의 현재 관행은 G20 합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IMF 수석 부총재 출신인 존 립스키 CGD 이사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중국의 의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중국의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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