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반기업법 시달린 韓 기업들, 글로벌 순위 '와르르'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1 11:00

수정 2021.04.01 12:32

세계 500대 기업에 韓 14개사, 전년비 -2개
삼성전자(15위→19위) SK(73위→97위)
포스코(171위→194위) LG전자(185위→207위)
SK하이닉스, LG화학 500위권 밖으로
"불합리한 규제로 대기업 경쟁력 위축"
반기업법 시달린 韓 기업들, 글로벌 순위 '와르르'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 기업의 순위가 대거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정의 무리한 반기업법 추진에 따른 결과로 삼성전자, SK 등 내로라하는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하락·하이닉스는 탈락
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 포춘글로벌 500'을 바탕으로 한국·미국·일본·중국의 글로벌 기업 수, 매출액, 매출비중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는 총 14개사로 2019년 16개사 대비 2개사가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119개사에서 124개사로 5개사 증가했고, 일본은 52개사에서 53개사로 1개사 늘었다. 미국은 2019년과 2020년 모두 121개사로 변동이 없었다.


국가별 매출액 합계는 미국(+4.3%)과 중국(+4.8%)은 전년 대비 증가했고, 일본은 소폭 감소(-0.2%)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두자리 수(-12.0%)로 감소폭을 보였다. 매출액 비중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만 감소했는데 한국의 감소폭(-0.4%p)이 일본(-0.2%p)의 두배에 달했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의 매출액은 2019년 9094억2000만 달러에서 2020년 8004억1000만 달러로 12.0% 쪼그라들었다. 미국은 2019년 9조4024억8000만 달러에서 2020년 9조8063억 달러로 4.3% 증가했다. 중국도 7조9149억1000만 달러에서 8조2949억3000만 달러로 4.8% 증가했다. 일본은 3조1291억3000만 달러에서 3조1241억3000만 달러로 0.2% 감소했다.

반기업법 시달린 韓 기업들, 글로벌 순위 '와르르'

한국 기업의 매출액이 글로벌 500대 기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8%에서 2020년 2.4%로 0.4%p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미국(28.8%→29.5%)과 중국(24.2%→24.9%)은 각각 0.7%p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9.6%에서 9.4%로 0.2%p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의 포춘 글로벌 500 순위 하락도 두드러졌다. 14개사 중 10개사의 순위가 하락했고, 순위가 상승한 기업 수는 4개사에 그쳤다. 삼성전자(15위→19위), SK(73위→97위), 포스코(171위→194위), LG전자(185위→207위), 한국전력(193위→227위)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순위가 대폭 하락했다. SK하이닉스와 LG화학은 500대 기업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애플에 순위 역전(애플 9위, 삼성전자 13위)을 허용한 이후 2020년 현재 순위 격차가 7단계(애플 12위, 삼성전자 19위)로 크게 벌어졌다. 49위를 기록한 중국의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격차도 1년새 46단계에서 30단계로 좁혀졌다.

전년 대비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현대차(94위→84위), 현대모비스(393위→385위), KB금융(434위→426위), CJ(463위→437위) 등 4개사였다.

반기업법 시달린 韓 기업들, 글로벌 순위 '와르르'


■반기업법 역차별에 몸살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눈에 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기업이 10개사에 불과했던 중국은 2004년 15개사로 한국을 추월했고, 2012년에는 73개사로 일본을 추월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124개사로 사상 처음으로 미국마저 제쳤다.

미국은 2000년 179개사, 2005년 176개사, 2010년 139개사 등 감소 추세를 보였고, 2020년 121개사에 그치면서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일본은 2000년 107개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으나 2005년 81개, 2010년 71개 등 계속 줄어 2012년 68개로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한국 기업의 부진은 지나친 반기업법과 규제가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연은 3%룰(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중대재해처벌법, 파업 시 대체근로 제한 등 당정의 반기업법 추진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등을 개선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