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라돈침대 사태 3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1 15:11

수정 2021.04.01 15:11

암투병 2회 호병숙씨 결국 거리로
원안위 앞서 문재인 정부 규탄 나서
검찰 조사도 무혐의··· 시민 관심 촉구
[파이낸셜뉴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침대 10만 여개가 유통돼 논란이 일었던 라돈침대 사태 피해자 호병숙씨가 정부를 규탄하며 1인시위에 돌입했다. 사태가 불거진 지 근 3년 만이다.

라돈침대 판매사인 대진침대는 판매된 침대를 회수한 뒤 폐업한 상태다. 이후 검찰이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으나 발생한 질병과 라돈 검출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피해자 호병숙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라돈침대 피해자 호병숙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라돈 침대 암투병 피해자, 무기한 1인 시위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호병숙씨가 자신의 몸만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피켓엔 '정부는 라돈침대 건강피해 조사하라'는 문구 아래, '라돈침대 건강피해자 발생 3년 문재인 정부는 10여만 국민의 생명을 무시하고 짓밟아 오명이 역사에 남지 말기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호씨는 "2007년 대진침대를 사서 사용한 지 8년 째가 된 2015년 건강검진에서 1차 암이 발병해 치료했고 2017년 다시 2차로 암을 판정받아 수술을 받았다"며 "그후로도 1년을 더 사용하던 중 대진침대에서 1군 발암물질인 라돈이 나오고, 제가 사용한 뉴웨스턴슬리퍼라는 제품에서 연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의 7.6배에 달하는 라돈 방사능 발암물질 덩어리가 나온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호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호소할 곳은 마땅치 않다. 제조 및 판매사인 대진침대가 사고 이후 폐업해버렸고, 검찰 역시 사건을 무혐의처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이동수 부장)는 지난해 1월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입힌 매트리스로 침대를 제작·판매한 혐의로 고소당한 대진침대 대표 A씨와 매트리스 납품업체 임직원 B, C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업체가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해 폐암과 갑상선암, 피부질환 등 질병을 앓게 됐다며 업무상과실치상, 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폐암은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닌 유전·체질 등 선천적 요인과 식습관 및 직업·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라돈이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것은 인정되지만 갑상선암이나 피부질환 등 다른 질병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세계적으로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사기죄는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판매대금을 가로챈 것이 인정돼야 한다"며 "피의자 본인과 가족도 라돈침대를 장기간 사용했기 때문에 유해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라돈침대 사태 이후 피해자들의 실태조사 요구가 이어졌으나 문재인 정권은 제대로 된 조치 없이 이를 묵살해 비판을 받았다. fnDB
라돈침대 사태 이후 피해자들의 실태조사 요구가 이어졌으나 문재인 정권은 제대로 된 조치 없이 이를 묵살해 비판을 받았다. fnDB

■피해자 10만명, 아무도 책임 지지 않았다
검찰은 모나자이트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고 라돈침대 방사선량 분석 결과를 낮춰 발표한 혐의(직무유기)로 수사대상에 오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도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10만개가 넘게 팔려 적게 잡아도 1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라돈 침대 사건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태로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해 1인 시위를 조력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건의 담당검사가 무혐의 처리 직후에 사표내고 국민의힘 총선후보로 나섰다"며 "이런 검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하고 규탄했다.

센터는 이어 "라돈침대 사건은 문재인정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5월에 알려졌는데, 3년이 지나도록 피해대책은 커녕 라돈침대 사용자의 건강피해 실태조사도 전혀 하지 않고 방치상태"라며 "2011년 이명박 정부때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졌고 이후 박근혜정부 5년동안 피해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했는데 라돈침대 문제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씨는 매주 목요일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세종대로 원안위 앞에서 무기한 1인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라돈침대 피해자 호병숙씨가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라돈침대 피해자 호병숙씨가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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