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석·반주일 상명대 부교수 ‘심리적 가격책정이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발표
주가 싸게 보이게끔 평가가액 부풀리기..개인 투자판단에 큰 영향 미쳐
"금융당국, IPO과정서 벌어지는 평가가액 부풀리기 실태점검 필요"
주가 싸게 보이게끔 평가가액 부풀리기..개인 투자판단에 큰 영향 미쳐
"금융당국, IPO과정서 벌어지는 평가가액 부풀리기 실태점검 필요"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한석 상명대 부교수와 반주일 상명대 부교수는 ‘심리적 가격책정이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마케팅 분야에서 ‘심리적 가격책정’이란 판매자가 가격이 갖는 심리적 측면을 활용해 가격을 매기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정가가 7000원 물건을 5000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정가를 1만원으로 부풀린 뒤 5000원에 판매하면 물건이 더 잘 팔리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심리적 가격책정 전략이 IPO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2010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535개의 기업을 표본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기업이 IPO를 흥행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주식의 판매가격이 본질적인 가치에 비해 싸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기에 주당 평가가액을 의도적으로 높게 산출하고,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 범위 및 공모가를 산정할 것이란 얘기다.
연구진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IPO 기업이 주당 평가가액을 산출함에 있어, 이미 상장된 비교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해당 IPO 기업의 당기순이익에 곱하는 상대가치 평가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다수의 유사한 기업 중에서 PER가 높은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선택한다면 평가가액 부풀리기는 쉽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상장일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설명서 상의 주당 평가가액은 12% 정도, 상장 후 일정기간 동안 초과성가가 반영된 가격을 기준으로 할 시에는 무려 20~25% 정도의 평가가액이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가액 대비 희망공모가액, 공모가격이 할인되는 정도에 따라 주요 투자자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관투자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나 개인투자자에게는 수요량을 유의하게 증가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공모가가 정가에서 추가적으로 1% 더 할인될 때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주식수(공급량)의 2.27배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관과 개인의 수요량은 모두 상장 첫날에는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줬으나 상장 후 1~3개월 동안 개인의 수요가 늘수록 오히려 주가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개인의 초과수요가 시장에 과잉반응을 가져오고, 과잉반응이 해소되면서 저성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기관들은 평가가액 부풀리기를 회피하는 예측능력이 있었지만, 개인은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주요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기업분석능력 및 정보취득능력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개인투자자 집단이 심리적 가격책정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 과잉반응이 야기되고 점진적인 해소가 발생함으로써, 상장일의 높은 수익률과 상장 후 저성과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대로 기관투자자는 관행적으로 계속되는 심리적 가격책정에 반응해 투자설명서 상의 주당 평가가액을 신뢰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IPO시장의 건전선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IPO 과정에서 벌어지는 평가가액 부풀리기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 또한 마련해 줄 것을 제언한다”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