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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50년 모기지 국가보증, 서둘다 큰코다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1 18:23

수정 2021.04.01 18:23

미국발 금융위기 주범
재원 마련도 선결과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선대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면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선대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면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월 31일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20대 청년층을 겨냥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국가책임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관제정책에 질린 젊은 층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국가책임제는 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보증제가 핵심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연구할 수 있다"며 "모기지 기간이 길면 매번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30년 모기지담보부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발행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엔 40년 모기지도 나온다. 경험이 축적되면 50년 만기 모기지도 나올 수 있다. MBS는 모기지를 모아서 만든 증권으로 시장에서 유통된다.

다만 50년 모기지 국가보증제는 몇 가지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먼저 정책의 시의성이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시가격 로드맵, 전월세 상한제 등 기존 정책 오류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1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대국민성명에서 "2·4 공급대책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러니 반성이 립서비스란 의심을 받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곧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이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모기지 시장은 패니메이, 프레디맥 같은 주택 공공기관이 주도한다. 그런데 당시 집값이 급락하자 패니메이 등이 발행한 MBS 상품이 월가에 연쇄 금융부실을 불렀다. 그 바람에 금융 파산이 속출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정부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살아났다.

50년 모기지 상품이 15년, 30년짜리보다 이자 총액이 훨씬 높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50년 동안 매월 나눠서 내니까 마치 부담이 적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모기지를 국가가 보증하면 늘 부실 위험이 따른다. 여기에 정치까지 끼어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보증재원 마련도 선결 과제다. 원래 모기지(Mortgage)는 죽음의 서약(Death Pledge)이란 뜻에서 나왔다.
그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다만 당장은 숱한 정책오류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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