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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돈 풀되 증세도 하겠다는 바이든식 뉴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2 15:28

수정 2021.04.02 15:2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펜터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인프라 투자 등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 2조달러 규모의 8년 장기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인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카펜터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인프라 투자 등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 2조달러 규모의 8년 장기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인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과감한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다. 8년에 걸쳐 2조달러(약 2250조원)를 도로, 항만, 초고속 통신망, 기후변화 등에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자리나 땜질하는 계획이 아니다"며 "미국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투자"라고 말했다.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와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은 오는 7월4일 독립기념일 이전에 인프라 투자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의 결정은 미국 언론도 놀랄 만큼 과감하다. 상원의원·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늘 합리적인 중도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달라졌다. 지난달 11일 의회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 대응 부양책을 패스트트랙으로 밀어붙였다. 3주 뒤엔 2조달러짜리 인프라 투자 법안이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바이든은 수 주 안에 보육·의료·교육에 초점을 맞춘 '휴먼 인프라' 계획을 추가로 발표한다. 종합하면 '바이든 뉴딜'이라 할 만하다.

 
바이든의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진 않다.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했다. 겉은 그럴 듯 하지만 속은 재정적자와 증세로 가득찬 위험 덩어리란 뜻이다. 상원은 50대 50으로 양분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던진다 해도 공화당이 저항하면 삐걱댈 수밖에 없다.

 
재정적자도 사실 문제다. 법인세율을 올린다 해도 당장은 적자국채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채무국이다. 주요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미국보다 높은 나라는 일본·이탈리아 정도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덕을 톡톡히 본다. 달러 표시 적자 국채를 사려는 수요는 늘 차고 넘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빚을 감당하기 벅차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늘 이 순간을 경계한다.

 
공화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쑥 올리려는 바이든의 계획에도 결사반대다. 감세는 공화당의 핵심 무기다. 미 재계도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바이든 뉴딜'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문재인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갈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과감한 투자를 내세운 것은 두 나라가 공통이다. 그러나 증세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바이든은 돈을 푸는 대신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다.
반면 우린 증세에 입을 꼭 다문다.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아직 국가채무 비율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방심하면 재정건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 미국 정치가 민감한 증세 이슈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유심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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