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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숨참기 24분33초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4 18:00

수정 2021.04.04 18:00

1993년 개봉한 '그랑블루'는 그리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자라면서 잠수실력을 겨루던 두 친구를 그린 해양 영화다. 무산소 프리다이빙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예술적 영상미로 보여준다. 두 사람이 물속에서 숨을 참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잠수하다 숨진 아버지를 만날 수 있고, 어머니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바다는 이들에게 더 깊이 내려오라고 유혹한다.

지난해 개봉한 '원 브레스'는 러시아의 프리다이빙 여왕 나탈리아 몰차노바의 불가능에 가까운 세계 신기록 도전 실화를 다룬 익스트림 스포츠 영화다.
수심 100m 9분 무호흡 다이빙 기록을 비롯해 43개의 프리다이빙 세계 기록 보유자인 몰차노바는 2015년 지중해에서 실종됐다. 수심 40m에 불과했지만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허파로 숨을 쉬는 코끼리물범, 바다사자 같은 포유류와 황제펭귄, 장수거북은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는다. 최고의 잠수선수는 고래다. 향고래는 바닷속 2250m까지 잠수해 90분 동안 심해 오징어를 사냥한다. 민부리고래는 수심 2992m에서 2시간18분 동안 잠수한 사실이 추적장치를 통해 확인됐다.

인간의 숨참기 시간과 잠수 능력도 갈수록 향상 중이다. 숨을 참는 능력은 체내 산소가 몸에서 천천히 소비되도록 하고, 심박수를 낮추는 훈련을 통해서 증가된다. 사람은 뇌에 5분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망한다고 알려졌지만, 체내 혈중 산소의 뇌 공급을 통해 무호흡 상태를 연장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숨참기는 보통 1분, 훈련을 하면 2~3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다. 해녀들은 5~7분 정도 자맥질한다.

부디미르 부다 쇼바트(54)가 최근 크로아티아 시사크에 있는 한 수영장에서 24분33초의 기네스 수중 숨참기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쇼바트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딸 사샤(20)가 밝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도전은 지난해 12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시사크 장애인과 아동돕기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동물은 먹이를 위해 잠수하지만, 인간이 잠수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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