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시에서 벨마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윤공주
캐릭터 숨쉬는 '시카고' 배우 자체가 작품
열심히 해도 표현력 부족했던 '록시' 비해
세월이 흘러 만난 '벨마'는 내 몸에 더 맞아
캐릭터 숨쉬는 '시카고' 배우 자체가 작품
열심히 해도 표현력 부족했던 '록시' 비해
세월이 흘러 만난 '벨마'는 내 몸에 더 맞아
배우 윤공주가 9년만에 새로운 얼굴로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2년에 이어 두번째 오르는 무대지만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 공연 21주년을 맞이한 이 작품은 지난 2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재즈와 술, 폭력과 범죄가 넘쳐났던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서 윤공주는 정부인 프레드 케이슬리를 살해한 아름답고 젊은 코러스걸 록시 하트에서 자신 몰래 바람피운 남편과 여동생을 죽인 보드빌의 관능적인 스타 벨마 켈리로 환골탈태했다. 수많은 뮤지컬 가운데서도 이 작품은 소품 하나 없는 보드빌 컨셉의 심플한 올블랙 무대로 배우들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윤공주는 "이제 세월이 흘러 벨마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며 "2012년 록시 역을 맡았을 땐 솔직히 열심히는 했지만 제 스스로 '시카고'의 세련미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윤공주는 "당시엔 저의 배역이었던 록시의 마음을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에 남편 에이모스가 록시에게 다가와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에도 록시는 '기자들이 내 사진을 찍지도 않았어. 말도 안돼'라고 하는데 도저히 공감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역할이 록시 같았다"며 "그땐 맘고생만 잔뜩하며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해 아쉽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제서야 작품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벨마가 된 윤공주는 "이제서야 록시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 배역이 매우 아름답고 매력있고, 또 의미있는 배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공주는 "하지만 나는 벨마가 좋다. 벨마 역시 록시처럼 자신을 위해 거짓말 하며 남을 속이는 악한 캐릭터지만 이 역할이 내 몸에 더 잘 맞는다. 같은 배역을 맡은 최정원 언니와는 다른 나만의 벨마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벨마 역으로 다시 만난 시카고는 윤공주에게 '새로움' 그 자체였다. 과거 록시로 무대에 서서 연기하고 노래하며 춤을 췄지만 배역이 달라지니 안무와 노래 모든 것이 달라졌다. 혹독한 연습 스케줄로도 유명한 이 작품에 참여하며 주위에선 체력적으로 지칠까 우려도 했다. 하지만 윤공주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는 신나는 연습의 시간들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한층 성장한 나 자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윤공주표 벨마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장면이 무엇이냐고 묻자 윤공주는 "벨마가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가 다 스펙터클하지만 그래도 오프닝의 '올 댓 재즈'가 아닐까 한다"며 "뮤지컬 '시카고'의 문을 여는 역할이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했다.
2001년 뮤지컬 '가스펠'의 앙상블로 데뷔한 윤공주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자신의 인생 절반 가까이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셈이다. 윤공주는 "20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은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지금도 열심히 하는 것은 변함 없지만 그 사이에 노하우가 생겼다. 예전에 100번을 해야 익힐 수 있던 것을 50번만 해도 익힐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여유와 깊이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 힘든 것도 지나가고 잘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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