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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홍합 누공 치료부터 환경정화까지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5 17:34

수정 2021.04.05 17:34

포스텍 연구진, 홍합단백질 이용
장기에 생긴 구멍 메우는 기술 개발
접착 단백질, 항암치료제에 활용
물-기름 분리하는 물질에도 쓰여
우리가 몰랐던 홍합 누공 치료부터 환경정화까지
홍합은 맛있는 요리 재료이기도 하지만 선박의 선체를 훼손하는 골치 아픈 조개다. 이런 홍합이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몸속 장기에 생긴 구멍을 막는데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국내외 과학자들이 항암치료제와 환경정화에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외에도 홍합껍질을 이용해 부드러운 스펀지로도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장기에 생긴 구멍을 메꾼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은 홍합단백질을 이용해 몸속 장기에 생긴 구멍, 즉 누공을 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6년 홍합접착단백질을 이용해 혈액이나 소변 같은 체액에서도 분해되지 않는 수중접착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켜 이번에는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편종현 교수팀과 함께 실제 방광에 구멍난 돼지에 이 기술을 적용해 치료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봉합사를 이용한 기존 치료 방법보다 훨씬 간편하고 빠르게 누공을 폐쇄하며,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얇은 주사기를 통해 액상 접착제가 누공 부위에 정확히 전달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누공 폐쇄 이후에는 누공으로부터 흘러나오거나 탈락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실험결과 액상 접착제에 카테콜 함량을 최대로 높여 체액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더욱 안정적인 접착력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유연성이 좋은 단백질 기반 접착제의 특성으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장기인 방광에서도 누공의 폐쇄력은 계속 유지됐다. 이후 단백질 접착제는 생분해돼 누공은 자연재생이 됐다. 또, 폐쇄된 누공 주변으로 그 어떤 면역 반응이나 염증도 관찰되지 않았다.

차형준 교수는 "소재의 대량확보, 낮은 수술 난이도 때문에 열악한 의료환경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수중접착제는 ㈜네이처글루텍에 기술이전을 완료, 현재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항암치료하고 환경정화까지

홍합이 가지고 있는 접착단백질은 항암 면역치료기술에도 이용할 수 있다. 차형준 교수는 지난해 이 단백질을 이용해 암세포 부위에만 항체를 전달할 수 있는 항암 면역치료 플랫폼인 '이뮤글루'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치료법은 홍합접착단백질을 이용한 최초의 면역치료법이다. 이뮤글루는 수분이 많은 체내 환경에서도 표적 부위에 치료용 항체를 장기간 머물 수 있게 해준다. 암세포가 있는 환경에 선택적으로 반응해 항체를 방출함으로써 항암 면역치료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신 치료의 부작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화학치료요법에 사용하는 약물과 같은 면역조절물질과의 병합치료로 사용해 항암 면역치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선야트센대 화학공학기술대학원 하오청 양 연구원은 홍합으로 만든 코팅제를 사용해 모든 혈핵형에 사용할 수 있는 적혈구를 개발했다. 홍합 성분을 이용한 코팅제는 인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또 다른 연구는 홍합성분을 이용해 기름과 물을 분리하는 우수한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기름 유출 후 해양환경 피해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 연구진은 이 홍합성분 물질을 대규모 생산에 적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함께 홍합에서 추출한 도파민을 이용해 물을 정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았다.
홍합에 있는 도파민은 중금속이나 유기 오염물질을 붙잡는 성질이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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