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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 영광에 스마트폰 늑장 진입… 윈도 OS도 '잘못된 선택' [LG 스마트폰사업 철수]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5 18:28

수정 2021.04.05 18:28

LG폰, 뼈아픈 실패의 이유
아이폰 나왔을 때 평가 절하
OS 주도권 이미 바뀌었는데
MS와 손잡으며 첫단추 잘못 꿰
디자인 집중하느라 품질 미흡
대표작 없는 '다작전략'도 안먹혀
LG전자가 지난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으로 시장에 뛰어든 지 26년 만에 스마트폰사업을 접는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한 5일 서울의 한 LG전자 매장에 LG전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LG전자가 지난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으로 시장에 뛰어든 지 26년 만에 스마트폰사업을 접는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한 5일 서울의 한 LG전자 매장에 LG전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으로 시장에 뛰어든 지 26년 만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대한 한발 늦은 의사결정, 다양한 제품을 내놓은 '다작 전략'의 실패, 이로 인한 사후 지원 부족, 소수를 위한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 등이 겹치면서 무릎을 꿇었다.
특히 2000년대 피처폰에서 성공에 취해 스마트폰 시장변화에 안일하게 대처하며 본격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발 늦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옵티머스'부터 'G', 'V'까지 간판을 여러 차례 바꿔 달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때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 또한 과거의 영광이 됐다.

■스마트폰 '늑장 진입'에 내리막길

LG전자는 지난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블랙라벨 시리즈를 내놓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터치스크린이 각광받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출시한 프라다폰은 LG전자의 첫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아이폰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스마트폰 개발에 회의적이었다. 당시 LG경영진은 '스마트폰은 찻잔 속 태풍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피처폰의 영광은 LG전자에 독이 된 셈이다.

뒤늦은 판단의 결과는 뼈아팠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구글과 손잡고 출시한 '안드로원'도 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LG전자는 '옵티머스' 브랜드를 앞세워 삼성전자 갤럭시와 팬택 베가와 경쟁했다. 일부 모델이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지만, 팬택과 2위 자리를 놓고 10~20%대 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2012년 '옵티머스 G' 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회복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G4는 메인보드 결함 문제로, G5는 품질문제를 겪으며 소비자들은 돌아섰다.

■안드로이드폰 나올 때 윈도 OS 선택

잘못된 전략적 판단도 패착 중 하나다. LG전자는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사업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택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주도권은 PC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PC에 안주했던 MS는 애플과 구글에 이미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었다.

LG는 거대기업 MS와의 마케팅 효과 등을 노렸지만 MS의 윈도 OS(운영체제)로는 안드로이드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2008년 출시한 옴니아의 실패사례를 통해 윈도 OS가 휴대폰에 맞지 않는 운영체제란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그 결과 윈도폰 개발 효과는 시장에서 보지 못했고,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기회마저 놓치게 됐다. 2010년 '옵티머스'를 출시했고 2011년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옵티머스 2X'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일부 마니아만 열광한 디자인 전략

LG전자는 고가 플래그십 시장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대중화 전략을 들고 왔다. 특히 디자인에 올인한 매스 프리미엄폰 '벨벳'으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존 경쟁사 스마트폰에 못 미치는 사양에 소비자들의 실망만 불러일으켰다.

LG전자가 실험적 제품으로 승부수를 건 것도 돌이켜 보면 실패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화면이 돌아가는 스위블폰 'LG 윙'이 나왔다. 전면 메인 화면을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뒤에 숨어있던 보조 화면이 나타나는 T자형 화면이 특징이다.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과 사용성 탓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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