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공시가에 근본 결함, 부동산공시법 손보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6 18:05

수정 2021.04.06 19:40

현실화율에 정신 팔려
시세 뛰는건 고려못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범준 기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범준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이 또 불거졌다. 5일 원희룡 제주도 지사와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시가격 산정이 잘못됐다"면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공개하고 결정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략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색을 덜어내도 현 제도가 문제투성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5일 해명자료를 내는 등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래선 칭칭 감긴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다.

원 지사는 "제주도 공동주택 가운데 7채 중 1채인 2만1226가구에서 공시가격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공시가격이 매매가를 웃도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율이 100%를 웃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사안이다. 물론 국토부는 "평형 등 특성이 다른 주택을 같은 것처럼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의 고충도 이해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시가격 로드맵을 확정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향후 5~10년에 걸쳐 현실화율을 90%로 높이는 게 목표다. 이는 부동산공시법에 따른 절차다. 올해는 로드맵을 적용한 첫해다. 국토부로선 이제 막 첫발을 뗐는데 거센 역풍을 만난 셈이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마저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강력히 건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는 방향은 맞다. 그래야 세금이 들쭉날쭉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드맵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시세가 큰 폭으로 뛰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보유세는 현실화율 조금 높이는 것보다 시세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세 증가율이 일정선을 넘어서면 상한선을 둔다든가 또는 현실화율 제고를 유보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로드맵에는 이게 빠졌다. 그러니 집주인들은 시세·현실화율 더블펀치를 맞은 기분이다.

집권 민주당이 부동산공시법을 바꿔 공시가격제 전반을 두루 손보길 바란다. 현행 법 아래선 국토부가 재량권을 발휘하기 힘들다.
문재인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린 제1 요인은 부동산 정책 오류다. 그중에서도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꼼수 증세가 첫째다.
연신 사과만 하고 정책을 고수하면 립서비스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