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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신여권 도입 안 해" 백악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7 05:48

수정 2021.04.07 05:48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백악관이 강제적인 연방차원의 코로나19 백신여권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 붙은 여행·항공업 등을 살리기 위해 유럽연합(EU),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 백신여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유럽의 백신여권 추진은 '역내에서만' 자유로운 이동을 담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이하 현지시간) "정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인들이 어떤 증명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방차원의 백신 데이터베이스는 없을 것이며, 모든 이에게 백신접종을 증명하는 그 어떤 증명서를 받도록 강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백신 증명서 시스템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이 되는 가운데 이같은 발표가 나왔다.

사키 대변인은 그러나 정부 관리들이 민간기업들과 함께 이같은 증명서들이 어떻게 공정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그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는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키는 "이같은 (백신여권) 수단들이 민간, 또 비영리 부문에서 검토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인들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들은 보호받을 것이며, 따라서 이들 시스템 역시 불공정하게 활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에 1600만회분이 접종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처럼 접종 속도가 국제 평균을 크게 넘는 나라에서는 백신 접종자들의 영화관람, 외식, 해외여행 등에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EU가 역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토록 해주는 전자 백신여권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모두가 백신여권 도입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는 민간 부문의 백신여권 도입 시도에 찬성했다고 여당내에서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백신여권 반대는 유엔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 국제여행을 가능케 하는 기준으로 백신여권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백신접종자들이 코로나19를 전파하지 않을지 어떨지 아직 충분한 정보도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연방정부 차원의 도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미국에서는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일부 주정부는 이를 일부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

최소 17개 백신여권 도입이 논의 중이고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도 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IBM이 개발한 백신여권은 뉴욕주가 결혼식, 콘서트 등 대규모 이벤트 재개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여권에 탄력이 받는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주의자들의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다. 시민자유가 위태로워진다고 이들은 믿는다.

플로리다주 주지사인 공화당의 론 데산티스는 지난주 주정부가 이같은 백신여권을 발급하거나, 기업들이 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토록 했다.

6일에는 역시 공화당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기관은 건물 입장에 앞서 백신여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백신여권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들을 중간 선거에서 쫓아내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트럼프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쥬니어는 트윗을 통해 "공화당 선출직 공무원이면서 백신여권 반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신속한 백신 개발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원들은 백신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싱크탱크 카이저패밀리 재단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약 3분의1이 아예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지난해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이 미 식품의약청(FDA)의 첫번째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이후 백신 접종에 더 부정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백신여권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대신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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