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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아케고스 사태 직전 주식 50억달러 소형 펀드에 매각

뉴스1

입력 2021.04.07 08:59

수정 2021.04.07 08:59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월가의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가 대규모 마진콜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밤 아케고스가 가진 주식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어치를 매각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6일 CNBC에 따르면 익명의 소식통들은 모건스탠리가 아케고스의 빌 황의 동의를 받아 할인된 가격으로 소형 헤지펀드에 이들 주식을 팔았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파는 물량이 마진콜의 일부인데 이것이 익명의 한 고객의 파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가 마진콜 사태 전에 일찍 주식을 판 것은 알려졌지만 세부사항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아케고스는 지난달 말 마진콜을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 아케고스가 보유한 주식들이 강제 처분됐다. 26일부터 대규모 매각사태가 일어나 이들이 가졌던 바이두나 텐센트뮤직, 비아콤 등의 주식이 폭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폭락 전 탈출에 성공했지만 다른 헤지펀드는 손실을 떠안은 셈이 됐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모건스탠리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헤지펀드는 빌 황과 그의 주요 투자사들이 마진콜 사태 전날 밤에 대책 마련을 위해 모였다고 나중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말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위험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어려운 회동이었다.

이는 적어도 모건스탠리 관계자들이 매각의 규모나 빌 황의 아케고스가 구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주장했다. 먼저 알게 된 그 정보로 인해 모건 스탠리와 경쟁사인 골드만 삭스는 남보다 빨리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위스의 크레딧스위스나 일본 노무라 등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상황을 "은행들이 동시에 서로 아무말도 않고 위험에 처한 수십억 달러 주식을 제각각 자기들에 유리한 가격으로 처분한 거대한 대환장파티(clusterfuck)"라고 표현했다.

자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아케고스 거래 주식 10개 상위 종목 180억달러 어치를 갖고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약 100억달러로 이들이 1,2위로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모건스탠리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약 1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진콜 사태 후 미국 투자회사 골드만삭스가 105억달러 규모 주식을 사태 전에 팔아치운 것은 골드만이 광범위한 고객들에 메일을 보냄으로써 널리 알려져 보도됐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거래한 헤지펀드가 6곳도 되지 않아 비밀이 유지되어 언론 보도를 타지 않았다.

이번에 모건스탠리로부터 주식을 산 헤지펀드들은 소위 주식자본시장전략가(equity capital markets strategies)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이들은 개별 주식들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따지지 않고 모건스탠리와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대폭 할인해 판 주식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해 산다.

반전은 또 한번 더 일어났다.
24일 밤 매각에 참여한 헤지펀드 투자사들 중 일부는 동시에 골드만이 내놓은 주식을 사들였다. 이 주식은 나중에 시장에 모건스탠리가 판 가격보다 5~20% 더 낮춰서 나왔다.
그런데 바이두와 텐센트 등의 주식이 다시 반등해 이 헤지펀드들은 이득을 보면서 주식을 누군가에로 다시 떠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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