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공무원 연금이 나랏빚?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성격 다르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7 17:46

수정 2021.04.07 17:46

2000조 국가부채 분석해보니
연금충당부채 1044조7000억
"연금 수입 고려안한 예상 지출액
할인율·물가상승률 따라 변동 커"
전문가 "재정건전성 관리 차원서
공적연금 제도개혁 공론화 필요"
공무원 연금이 나랏빚?
올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은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적절성 논란이 뜨겁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꼭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와 달리 연금수입으로 충당하는 비확정 부채다. 국가채무가 아니라는 얘기다. 연금충당부채가 국민 세금으로 모두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라는 오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이유다. 국가 재정건전성 지표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연금충당부채 1044조 빚 아냐"

7일 기획재정부·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자료에서 국가 부채규모는 1985조3000억원으로 전년(1743조7000억원)보다 241조6000억원(13.9%)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이 중 공무원·군인 퇴직자에게 줘야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으로 총 부채의 절반 이상(52.6%)을 차지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재직중인 국가 공무원·군인에게 향후 70년 이상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 현재 가치로 산출한 것이다. 공무원·군인 연금은 국가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힌다.

이찬희 인사처 연금복지과장은 "연금은 지급시기와 지급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회계상의 부담액이다. 국채·차입금과 같이 상환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나랏빚인 국가 채무(debt)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인사처가 설명하는 오해하기 쉬운 연금충당부채의 특성은 크게 세가지다.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회계상 부담액이라는 점 △할인율·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 △국제통화기금(IMF)이 규정한 국가부채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1000조원에 달하는 연금충당부채는 국민 세금으로 모두 갚는 것도, 연금 수입이 부족해 재정적자가 난 금액도 아니라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이 과장은 "연금충당부채는 수입에 대한 고려 없이 지출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지표로서 한계가 많다. 예상 지출액만 계산한 것이어서 연금 수입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월 급여의 9%)과 고용주인 정부가 내는 부담금(9%)으로 대부분 충당된다. 기여·부담금은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라 기존 7%에서 단계적으로 9%까지 올랐다. 이는 국민연금(4.5%)의 두배다. 공무원 연금 지급액은 연간 14조~15조원. 이중 보전금은 2조500억원(2019년 기준)으로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는 비율은 14% 수준이다.

■할인율에 급변..0.1% 하락땐 20조이상 늘어

연금충당부채는 지난 2011회계연도부터 활용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장기 재정건전성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명분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가 재정의 건전한 운영 취지와는 동떨어져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우리나라만 상이한 기준을 써 연금충당부채를 포함시키는 것은 재정위험을 과도하게 보일 우려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국가간 부채 규모를 비교할 때 연금충당부채는 제외된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16개국이다. 나머지는 산정하지 않거나 참고자료로만 쓴다.

정부는 70년에 걸친 추정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다. 여기에 정부가 5년 단위로 발표하는 장기재정전망(2020년)에 따라 물가(2.1→2.0%)·임금상승률(5.3→3.9%)을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할인율은 국채 금리의 10년 평균치가 사용된다. 문제는 산정기간이 70년으로 길어 할인율이 0.1%포인트(P)만 인하돼도 연금충당부채 20조원 가량이 늘어난다는 것.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연금충당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올해도 전년대비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증가분(71조4000억원) 중 단순 할인율 변경(2.99→2.66%)에 따른 증가분이 약 78%(55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연금충당부채가 당장에 져야 할 부담은 아닐지라도 공적연금 제도 개혁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할 부채 부담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재정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소영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팀장은 "연금제도 및 회계처리 관련 법령 등을 정비해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연금정보를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