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6000만원 투자해 月 30만원"… 속초 ‘생숙’ 2030도 뛰어든다 [현장르포]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7 17:57

수정 2021.04.07 21:30

생활형숙박시설 투자 몰리는 강원도
반얀트리 등 대형사가 주도
대출규제 없어 투자비용 부담 적어
모델하우스 오전부터 상담객 북적
강원도, 전체 숙박 75%가 ‘생숙’
해외여행 재개땐 타격…옥석가려야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에 KB부동산신탁이 짓고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인 '서밋베이' 공사 현장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에 KB부동산신탁이 짓고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인 '서밋베이' 공사 현장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여기는 완벽한 세컨드 하우스다. 제일 작은 평수가 1억8000만원에 분양 중인데 대출이 60%까지 나온다. 6000만원만 실투자하면 은행 이자 내고도 월 30만~40만원씩 쥘 수 있다."

7일 찾은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 인근 한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모델하우스는 오전부터 활기가 돌았다. 올 9월 준공을 앞두고 가족 단위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을 찾은 한 투자자는 "어차피 자주 오는 속초에 생숙을 하나 분양받으면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올 수 있고, 평소 놀릴 때는 위탁 기관이 숙박업으로 돌려준다고 하니 괜찮은 투자처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속초 생숙 시장, 대형건설사 주도

속초 생활형 숙박시설 시장이 뜨겁다. 특히 속초는 대형 건설사들이 속속 진출하며 '생숙=투자자의 무덤'이라는 인식을 뒤집고 있다. 글로벌 호텔앤리조트 그룹 반얀트리가 위탁 운영하는 '카시아속초'는 주요 평수가 이미 분양을 마감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속초 아이파크 스위트', 자이S&D가 분양한 '속초 자이엘라'도 분위기가 좋다. 올 하반기에도 1000실 규모 아파트급 생숙인 '체스터톤스 속초'와 700실 규모 '써밋베이' 등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생숙은 평면도는 일반 오피스텔과 유사하지만 숙박업이 가능한 것이 차이점이다. 별장처럼 주말에 실이용하고, 주중에는 객실을 숙박업으로 돌려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전매제한이나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각종 세금 부담이 없는 틈새 투자처로 꼽힌다.

평일 관광객이 많으면 유리한 구조이다보니 주로 관광지를 중심으로 생숙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 숙박업 특성상 '이름 있는' 위탁사도 중요하다. 영랑동 A공인은 "관광객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이름 없는 곳보다는 '반얀트리'같은 이름있는 시설에서 묵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2030들도 생숙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소액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보통 실투자금 6000만~7000만원만 있으면 월 예상수익금 60만원에서 월 대출이자 약 26만원을 제외하고도 약 34만원 정도는 손에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이 비주택 대출까지 조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생숙 투자 막차에 올라타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여행 풀리면…"옥석가려야"

강원도는 '생숙의 밭'으로 불린다. 글로벌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 체스터톤스코리아가 발표한 '2021년 생활숙박시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0년까지 강원도의 숙박시설 비율은 생활숙박시설 76.6%, 관광호텔 3.1%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강원도는 생활숙박시설이 전체 숙박의 4분의 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숙 규제 대상과도 멀다. 정부 규제 대상은 '주거용' 생숙이다. 4월부터 생숙을 주택 용도로 사용하면 벌금을 문다.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생숙을 집처럼 사용한 도심 지역 시설에 대한 규제다. 이에 따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대신할 주거용에 초첨을 맞췄던 상품은 타격을 피할 수 없지만 숙박업 상품은 오히려 투자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해외여행 수요가 막히면서 속초와 강릉, 양양 등 강원도가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는 해외여행이 조만간 가능해지면 다시 강원도 수요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비수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컨디션의 시설을 잘 골라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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