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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일까, ‘몽둥이’일까..18.32%p, 28.25%p 격차의 의미는?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1:15

수정 2021.04.08 17:03

오세훈 57.50%, 박영선 39.18%
박형준 62.67%, 김영춘 34.42% 
지난 7일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당선 가능성이 예상된 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7일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당선 가능성이 예상된 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마음도 제가 모두 받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8일 4·7 보궐선거 패배를 받아들겠다며 페이스북에 이 같이 적었지만,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대한 메시지가 국민의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당에서는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의 '사랑의 매'였다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제 더는 못참겠다"는 일종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지난 7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는 57.50%를 득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18.32%포인트 뒤지며 참패했다.
이후 박 후보는 저녁 여의도 당사 기자들 앞에서 “진심이 승리하길 염원하고 끝까지 응원해주셨던 시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 여러분들께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이번 결과를 '뼈아프지만, 더 성찰하고 더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석된다. 실제 박 후보는 “이제 새로 피어나는 연초록 잎을 보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쓰기도 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박형준 후보가 62.67%의 표를 거두며 김영춘 민주당 후보(34.42%)를 28.25%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같은 결과, 과연 회초리일까. 다른 해석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이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의 당선은 서울과 부산 시민의 상식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정당으로서의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후보도 개표에 앞서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민심이 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정권 심판론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오 당시 후보는 서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회초리가 아닌 몽둥이를 들어야 할 정도”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최근 5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승의 쾌거를 맛본 후 민심 관리에는 안일했다는 지적은 당 내에서도 나온다.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선거 결과를 받아든 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 민주당 또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여권에 180석을 몰아줬던 민심이 1년 만에 180도 돌아선 현상의 신호를 잘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단순히 회초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숫자로도 드러났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오 후보가 이른바 ‘싹쓸이’ 했다.

투표율도 높았다. 공휴일이 아니었음에도 서울 58.2%, 부산은 52.7%를 기록했다.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과반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서초·강남·송파 ‘강남3구’의 경우 60%를 상회했다.

즉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앞으로 정신 차리고 잘 해봐라’라는 동기가 아닌 ‘잘 못했다, 정신 차려야 한다’는 심정에서 표를 반대쪽에 행사했다는 의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부동산 비위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지 못한 채 지지를 호소하기만 한 결과로 풀이된다.


누리꾼들 역시 “진심? 승리? 60% 가까운 시민들은 진심 아니었다는 소린가”, “회초리는 무슨, 작두 가져와라”, “아직까지 상황 판단이 안 되나”라는 등 수위 높은 질책을 쏟아냈다.

사진=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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