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정부 가상자산 규제강화 움직임에 은행-업계 '긴장'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3:38

수정 2021.04.08 13:38

관계부처, 가상자산 투기 예의주시...공조
문승욱 2차장 "높은 변동성 유의해야"
은행들, 지점에 벌집계좌 막으라고 공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잇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투자자들도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 가능성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래하는 은행들도 내부단속 방침을 전달하는 등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가상자산 시장 '예의주시'"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지난 7일 관계부처회의를 통해 "가상자산의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규제환경 변화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지난 7일 관계부처회의를 통해 "가상자산의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규제환경 변화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회의를 개최하고 가상자산 시장에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조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경찰청 등의 실·국장들이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특금법 등 가상자산 관련 제도개선 추진을 점검하는 등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특히 최근 시장 과열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승욱 국무2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나 금융 투자상품이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불법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언제든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신중히 판단해 거래해야"

회의 참석자들은 투자자들이 신중한 판단하에 가상자산 투자 및 매매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회의 참석자들은 투자자들이 신중한 판단하에 가상자산 투자 및 매매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가상자산 자자들을 향해 "신중한 판단 하에 가상자산 채굴, 투자, 매매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투자자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는 것.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라 폐업할 가능성이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업자의 신고 여부, 사업지속 여부 등을 최대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내년부터 정부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세금도 부과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업계의 과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전 안내 및 전산 연계작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 경찰, 검찰, 금융당국이 공조해 단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서민경제 침해사범 근절 추진단' 등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동시에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공조해 해외 거래소를 통한 불법행위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는데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트코인은 전망하기 힘들 정도로 급등락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아주 높은 가격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트코인(BTC)은 전날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7942만원까지 올랐다가 6850만원으로 1100만원 가량 급락했다. 현재 7100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은행, 벌집계좌·신규가입 단속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은 각 지점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막고, 거래소에는 신규 회원을 받지 말라고 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은 각 지점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막고, 거래소에는 신규 회원을 받지 말라고 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도 정부 움직임을 감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각 지점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막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에 대해서도 신규 계좌 발급에 주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잇따라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집계좌란 거래소 법인계좌 내에 있는 여러개의 개인 가상계좌를 의미한다. 가상자산 거래만을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급 계정(실명계좌) 발행 계약을 맺지 못한 거래소들은 법인계좌 아래 가상계좌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고 이를 가상자산 거래에 이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실명계좌를 운영하도록 한 개정 특금법 시행으로 벌집계좌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존 거래소의 경우 9월 24일까지 특금법 적용을 유예받지만 벌집계좌를 계속 운영할 경우 신고 수리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은행들도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혹시나 발생할 수 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은행들도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은 실명계좌를 공급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신규 회원을 받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새로운 투자자들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과열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특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상자산 사업자와 실명계좌를 개시할 때 내재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 조달행위의 위험을 식별, 분석, 평가해야 한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자의 불법거래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자산 시장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지, 아니면 시장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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