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8년전 3억 빌라 2억5000만원에… ‘헐값 수용’ 수십채 달해 [LH 공공 개발사업 진단]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1 18:19

수정 2021.04.12 09:28

<上> 개발이익 독점하는 토지보상법
사업인정고시일 이후 사업 지연
토지보상은 과거 공시지가 기준
수년간 차익 보장 못받고 내쫓겨
공익성 내세운 재산권 침해 심각
신도시 개발, 택지지구 조성 등에서 이뤄지는 강제 토지수용의 보상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토지보상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해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만 시가 대비 낮은 보상으로 개인 등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반면 공익사업을 주관하는 공기업 등은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뉴스1
신도시 개발, 택지지구 조성 등에서 이뤄지는 강제 토지수용의 보상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토지보상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해 강제적으로 이뤄지지만 시가 대비 낮은 보상으로 개인 등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다. 반면 공익사업을 주관하는 공기업 등은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는 지난 3월 29일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등 초강력 대책을 발표했다. LH 임직원이 촉발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LH는 3기 신도시 공공 주도 개발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익성을 앞세운 신도시 개발, 재개발 과정에서 토지 강제 수용과 적은 보상은 여러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공공 개발사업 토지 수용 및 보상 과정에서 그동안 문제를 상중하로 짚어보고 대안을 살펴본다.

#1. A씨는 경기도 고양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2008년 약 3억원에 빌라 1채를 매수했다. 8년 동안 사업이 지연되다 2016년 사업이 개시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빌라를 2억5000만원에 수용했다. A씨처럼 8년이 지난 뒤에 제값도 못 받고 빌라를 수용당한 가구는 수십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 1981년 3월 정부는 B씨가 보유한 토지에 버스터미널을 지을 것이라고 결정고시를 했다. 이후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B씨는 가설건축물을 지어 카페 등을 운영했다. 결정고시 후 40년 가까이 지난 2020년 사업인정고시가 났고, 정부는 카페 철거를 위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B씨에게 이주를 종용했다.

11일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의 경우 거주자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를 뺏기게 되지만 충분히 보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 지연돼도 보상은 과거 시점

현행법률상 공공의 목적을 위한 '공익사업'의 경우 토지보상은 사업 시작을 공식화하는 '사업인정고시일'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공익사업은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 신도시 개발은 물론 하수도, 댐, 문화시설 건설 등 수백가지가 넘는다.

문제는 사업인정고시일 이후라도 A씨의 사례처럼 토지수용까지 수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토지 수용가격은 사업인정고시일에 가까운 공시지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고양덕은 지구의 경우 2006년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2007년부터 빌라 등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7년 후반 개발 소문이 돌면서 약 180세대에 가까운 빌라가 지어졌다. 2008년 4월 사업시행 공고가 났지만 정작 보상은 이보다 8년 뒤인 2016년에야 이뤄졌고, 8년 전 보다 낮은 가격도 많았다.

고양덕은지구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 건축의 경우 사업시행 공고 전에 이뤄진 경우가 많은데 사업시행일 이후에 지어진 40가구는 아예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보통 사업시행 공고 후 길어도 3년 내에 토지 수용이 이뤄지는데 고양덕은 지구는 2008년 금융위기, LH의 전신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결합 후 의견 대립 등으로 사업이 미뤄져 헐값에 매각된 가구가 수십채에 달한다"고 말했다.

B씨의 경우도 1981년 당시 터미널 건설 계획만 나오고 실제 사업인정고시는 2020년에야 이뤄지면서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가 예상된다. 정부가 1981년 사업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가설 건축물인 카페의 철거와 이행강제금을 부담토록 했기 때문이다. B씨는 2020년 이전 지은 카페 건물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B씨의 경우 주변에 거래사례가 많지 않아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개발로 인해 주변 시세가 올라 보상금을 받더라도 같은 조건의 주거지 등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60년대 토지보상 방식 그대로

업계에 따르면 현재의 토지보상 방식의 경우 기본적인 틀은 196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심형성 초기 단계에는 지금처럼 지역별 편차도 크지 않았고, 정부의 강제적인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 문제도 크지 않았다.

과거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진 LH의 경우 토지수용과 아파트 시행 등의 사업까지 같이하면서 기능이 비대해졌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일)는 "공익사업 시행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하는 것을 보장받고, 조성된 토지를 경쟁 입찰 등을 통해 비싸게 파는 구조"라며 "토지보상법은 사업시행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구조이고, 공기업이 시행하는 공익사업은 개발부담금도 대부분 면제받는다.
공익사업 시행자인 공기업등은 보상 가격은 낮게 책정하고, 사업 시행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법의 경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에 대해서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보다 공익사업을 우선하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김예림 변호사는 "토지보상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지는데 이 금액은 사업인정고시일을 기준으로 해 개발이익이 배제된 평가액"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도 택지개발지구사업 등에서 이뤄지는 토지보상의 경우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개발이익을 배제하더라도 재산권 침해, 적법 보상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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