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장 면화 쓰냐고? 노코멘트.. 인권보다 실익 택한 유니클로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2 17:53

수정 2021.04.12 18:22

중국 내 의류기업 매출 1위
불매운동 의식'애매한 답변'
유럽 패션브랜드는 '보이콧'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인권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 문제. 코멘트 하지 않겠다."

지난 8일 유니클로를 거느린 패스트 리테일링의 결산 기자회견. 강제 노역 논란이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조달한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의 답변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항상 정치적으로 중립이다"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애매한 화법'이다.

신장 위구르산 면화 거부를 발표한 유럽 패션 기업들과는 다른 대응이다. 스웨덴의 H&M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 구매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불매운동 표적 1위 기업이 됐다. 비슷하게 대응했던 미국 나이키, 독일 아디다스 역시 거센 불매운동에 휩싸였다. 야나이 회장의 발언이 나간 후 일본 트위터 등에서는 강제노동을 추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적지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은 알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사회적 가치'역시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호주의 싱크탱크는 패스트리테일링을 포함한 일본 기업 14개사를 비롯해 적어도 83개 글로벌 기업이 위구르족을 강제 동원하고 있는 중국의 공장과 거래가 있었다고 지목했다.

야나이 회장이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는 지에 대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안함)'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교도통신은 프랑스의 한 인권 단체가 유니클로 프랑스 법인을 프랑스 당국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유니클로, 스페인 인디텍스, 스케쳐스 등이 강제노동과 반인륜 범죄를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장산 면화 보이콧' 문제를 놓고 일본 기업이 중국과 미국의 줄다리기에 낀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중국 의류 시장(2020년 기준, 신발·시계 등 포함)은 약 113조엔(1150조원)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시장(63조엔)의 2배, 일본 시장(19조엔)의 5배 이상이다. 유니클로는 중국 내 의류기업 중 매출 1위를 달리는 브랜드다. 이 얘기는 역으로 유니클로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미 일본의 의류·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MUJI)은 '인권이냐, 시장이냐'의 갈림길에서 시장을 택했다. 중국은 무인양품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매장 수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스웨덴 패션 기업 H&M이 퇴출 1순위에 오른 것과 다른 양상이다.

야나이 회장은 신장 위구르 문제와 관련 '노 코멘트'라고 밝힌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도 했다.
"종래 이상으로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 아시아에서 압도적으로 최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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