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반려동물 문화 더 성숙해야"...'스타 수의사' 윤신근 박사

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3 10:29

수정 2021.04.13 14:50

윤 박사 12일 모교인 전북대에 5억 기부하며 관심 끌어
전북 남원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강아지 좋아 수의사 결심
80년대 반려동물 문화 전무하던 시절부터 반려문화 이끌어
윤신근 박사는 반려인 의식도 성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신근 박사는 반려인 의식도 성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스타 수의사로 불리는 윤신근 박사가 모교인 전북대에 발전기금 5억 원을 쾌척해 지역사회에서 화제다.

오래 전부터 동물사랑 운동을 펼쳐온 윤 박사는 모교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윤 박사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발전했지만 더 성숙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려동물을 대하는 자세는 많이 발전했지만 반려인의 마음가짐도 발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반려인이 자신의 반려동물만 생각해 주변에 끼치는 피해를 인식하지 못하고, 나아가 동물을 꺼리는 이들을 야만인으로 치부하는 행태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운명하면 보통 유가족이 의사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면서 “하지만 반려동물이 숨을 거두면 반려인이 수의사에게 따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에 ‘고치지도 못할 거면서 돈은 왜 받아 가냐’는 항의다”고 전했다.

그가 수의사로 활동하는 기간 괄목할 정도로 반려동물 문화가 발전해 무한한 기쁨을 느끼지만 아직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이 있다는 진심 어린 일침이다.

윤 박사는 전북 남원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강아지와 함께 논밭을 뛰어 놀며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시골 볏짚단 속에서 검둥이와 부대끼고 함께 잠을 자던 추억을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강아지를 끌어안고 잠에 들며 ‘강아지를 위해서 평생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972년 전북대 수의학과를 들어갔고, 1985년 서울에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서울에는 동물병원이 100곳이 되지 않았다. 현재 1000여 곳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척박한 시장이었다. 일부 인기 있는 견종만 병원을 찾을 수 있었고, 일부를 제외하면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인정되지 않던 시기다. 동물을 아이처럼 대하거나 아프다고 병원에 데려가면 “망측하다”는 말을 듣던 때였다.

그럼에도 윤 박사는 일본 등 반려문화 선진국을 견학하며 확신을 가졌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변하지 않았다.

이후 진심이 통하기 시작했다. 여러 방송국과 미디어에서 그를 찾았다. 당대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며 ‘스타 수의사’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최근 반려동물 문화가 급격히 확산한 것을 두고 외국 문화와 생활 패턴이 들어오며 인식 전환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자신이 치료하던 동물이 숨을 거뒀을 때와 그런 동물을 두고 따지는 반려인의 가시 돋친 말을 들을 때다.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유지하던 그가 유일하게 어두운 목소리로 바뀌는 대목이었다.

동물사랑 운동에 매진하며 많은 것을 이룬 윤 박사는 후배 양성에도 열심이다.

윤신근 박사는 모교인 전북대에 발전기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진=전북대
윤신근 박사는 모교인 전북대에 발전기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진=전북대


그는 지난 12일 모교인 전북대 발전지원재단에 5억 원을 기부했다. 10년 전부터 매월 400만 원씩 지원금을 납부해 이날 5억 원을 완납했다. 2000년부터 발전기금을 기부하던 그가 2011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를 약속했던 것이다.

또 2013년부터 동물 조직검사와 줄기세포 자가수혈 할 수 있는 1억 원 상당의 장비 등을 기부하고, 5억 원 지원을 추가로 약속한 뒤 현재 1억7000여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윤 박사는 “반려동물을 사랑해야 한다. 장난감 고르듯이 하지 말고 신중하게 해서 평생 나랑 살아갈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사람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동물을 흘겨봤다고 오히려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는데,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