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적기관장 "잠재적 성범죄자 아니라면 男 스스로 증명해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3 13:44

수정 2021.04.13 13:44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영상 논란
남성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 당연시
남성 스스로 '가해자 아님' 입증해야
[파이낸셜뉴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육 동영상에서 나윤경 원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을 의심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남성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공개한 성평등교육 영상에서 남성 스스로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는 게 시민적 의무라고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공개한 성평등교육 영상에서 남성 스스로가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는 게 시민적 의무라고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스스로 (가해자 아님을) 정성스레 증명해야"
13일 해당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공개된 양평원 제작 동영상에 출연한 나 원장이 "여성들은 남성들을 의심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경험들을 갖게 된다"며 "왜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느냐고 화내기보다는 스스로가 가해자인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정성스레 증명하려는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하고 발언했다.

남성이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인식을 정당화하고 남성 스스로 이를 깨부숴야 한다는 주장으로, 공적 단체 기관장의 교육동영상 내용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 원장은 해당 영상에서 "남성들은 그 의심을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자신은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며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양평원은 이러한 노력을 시민적 의무라고 정의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성인지 교육은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의심해서 행하는 교육이 아니다"라면서도 "오히려 남성 스스로가 자신은 성폭력을 가하는 남성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통해 여성들과 평등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고 시민적 의무를 기꺼이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공개된 6분42초짜리 해당 영상은 일선 학교에서 교육보조자료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영상 내용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왜곡된 시선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성범죄자 중 상당수가 남성이라 할지라도 공적기관이 나서 일반 남성 전체를 성범죄자로 가정하는 걸 당연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여성 성폭력 가해자수 추이. 대검찰청.
여성 성폭력 가해자수 추이. 대검찰청.

■여성 성폭력 가해자수 증가일로
최근 10여년 간 여성 성폭력 가해자수는 급격히 증거해 2019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로, 2005년 41명에 불과하던 여성 성폭력 가해자는 2016년 처음으로 500명을 넘어선 이래 2017년 829명, 2018년 972명, 2019년 1154명으로 증가일로에 있다.

해당 통계는 추행과 강간 등만 추린 것으로, 단순 희롱까지 포함하면 피해 남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성추행과 희롱 역시 만연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7년 발표한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에 따르면 남성 근로자 4명 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했다. 전체 성범죄 가해자 중 여성 비율도 13.6%에 이르렀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남성들의 성희롱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피해를 주변에 상담한 적 있다는 남성이 무려 13.1%로, 17.5%를 기록한 여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실제 수사기관에 피해사례를 신고하는 비율에 있어선 성별 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남성성에 대한 성적 고정관념이 여성의 가해사례가 사건으로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장의 발언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양평원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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