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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김프'에 은행들도 비상..."해외송금 유의" 공문까지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4 15:44

수정 2021.04.14 15:47

최근 전국 지점에 "해외송금 유의 당부" 공문 발송
4월 들어 해외송금액 급증...중국 비중 특히 증가
'김치 프리미엄' 활용 차익거래 시도로 추정
[파이낸셜뉴스]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의 국내 시세가 글로벌 시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에 시중은행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와 해외의 가상자산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의심되는 해외송금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의심거래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각 지점 창구로 "해외송금을 유의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의심거래 차단에 고삐를 죄고 있다.

시중은행들, 지점에 "해외송금 유의" 공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지난 13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800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가상자산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지난 13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8000만원을 돌파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가상자산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들은 최근 해외송금 유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전국 지점에 발송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가상자산 가격 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자금을 송금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송금을 요청할 경우 송금사유와 자금출처를 절저히 확인해 의심되는 거래는 지급거절을 하거나 의심거래보고를 철저히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점으로 발송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들이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최근 해외송금이 비정상적인 규모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거래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월 평균 해외송금건수는 240건이었으나 지난 4월 1일부터 9일까지 단 9일간 송금건수가 373건으로 월평균 수치를 훌쩍 넘겼다. 해외송금액도 지난 6개월간 월평균 규모가 849만7862달러(약 94억9000만원)인데 반해 4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간의 송금액은 1364만9915달러(약 152억5000만원)로 기간은 3분의 1도 안되는데 송금 규모는 1.6배에 달한 것이다.

"중국 송금액 비중 53%p 증가"

별다른 요인없이 해외송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중은행들 가상자산 차익거래를 위한 송금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별다른 요인없이 해외송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시중은행들 가상자산 차익거래를 위한 송금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은행들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가상자산 차익거래 자금이 해외로 송금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별다른 요인이 없는데 해외송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데다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한 중국으로의 송금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시세가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국내 비트코인 수요가 글로벌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프리미엄만큼 국내에서 더 비싸게 거래된다.

이렇게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할 경우 쉽게 말해 해외에서 6000만원에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우리나라에서 7000만원에 매도해 1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81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중화권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6만3971달러(약 7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3.74%의 김치프리미엄이 붙어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 가량 비싼 것이다. 빗썸 역시 바이낸스에 비해 12.93%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국내에서만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지난 6일에는 우리나라에서 1500만원이나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중국으로의 송금액도 급등했다.
시중 모은행의 6개월 간 전체 해외송금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6%였으나 4월 1일부터 9일까지 해외송금액 중 중국의 비중은 무려 79.8%였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제5조의2(금융회사등의 고객 확인의무)에 따라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자금세탁 우려가 있을 경우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을 확인하고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 거래를 종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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