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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으로 인공방광… 소변주머니 없이 일상생활 [주목해야 할 신의료 기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5 17:30

수정 2021.04.15 17:30

인공방광 수술
소장으로 연결한 인공방광
소장으로 연결한 인공방광
#. 21살에 방광암 진단을 받은 김지만(가명)군은 사춘기인 15살 때 간질성방광염을 앓아 소변이 50cc만 차면 줄줄 새어 나오는 탓에 사춘기 내내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21살이 되던 해에 방광암 진단까지 받은 김군은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여러 곳을 돌아 다녔지만 한결같이 "방광을 전체 떼어내고 배 바깥으로 소변 주머니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김 군은 "암에 대한 공포보다 평생 소변 주머니를 차고 살 것이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를 찾은 김 군은 결국 3시간의 수술 끝에 인공 방광 수술에 성공했다.

보통 방광에 암세포가 퍼져 방광을 절제하거나, 방광 기능이 좋지 않아 방광을 대체해야 하는 경우 복부 쪽에 소변주머니로 소변을 받아내는 '요루'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는 움직임도 불편하고 냄새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 환자의 삶의 질이 확연히 떨어진다.


인공방광 수술법은 방광 절제 수술 후, 본인의 소장으로 인공적인 방광을 만들어 요도에 연결,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공방광 수술은 외관상 티가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어 가벼운 등산이나 골프, 수영, 사우나, 성생활도 가능하다.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광방광센터 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은 "국내에는 연구 자료가 전무해, 외국 논문과 발표자료 등을 일일이 찾아 공부하며 인공 방광 수술법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문을 연 현재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는 국내 유일 인공방광 센터이자 세계 최대 규모다. 누적 인공방광 수술 건수도 900건을 넘어섰다. 인공방광 수술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요루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이전에 대장암, 위암, 자궁암 등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을 받은 경우 장유착이 심해 인공방광수술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방광암 전방광벽에 침윤이 심하거나 만성방광질환으로 방광 유착이 심한 경우 인공방광수술이 어려워 요루수술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에서는 이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인공방광수술을 성공시키고 있어 환자만족도가 높다.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는 이제 범위를 넓혀 대장암, 위암 등 다른 암 수술을 경험한 환자나 방광암으로 방광을 부분적으로 절제한 환자,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공방광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6년 넘게 운영되며 의료진들이 노하우가 축적돼 다른 병원에서 포기한 어려운 수술들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비뇨의학과 전문의 뿐 아니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감염내과, 종양내과 등 각 과 전문가들이 '어벤저스'와 같이 다학제로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센터장은 "인공방광 수술은 요도괄약근 신경을 살려야하고, 광범위한 임파선 절제해야 하는 무척 까다로운 수술"이라며 "하지만 환자들이 원하고, 수술 후 일상생활에 가깝게 돌아가며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기 때문에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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